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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평 Aug 29. 2022

지지대의 쓸모

26. 식물과 사람은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식물은 가끔 스스로 일어서지 못할 때가 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식물에 지지대를 세워주길 꺼렸다. 식물에 착 달라붙은 지지대는 내 눈에는 마치 사람의 다친 다리에 감는 부목 같아 보이기도 했다.

굳이 건강하게 뻗어나가는 식물을 꽉 감아 지지해주기보다,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자라서 하늘하늘한 자연스러운 수형을 유지하며 크는 게 더 좋지 않을지…?


그러던 어느 날, 하늘로 높이 고개를 치켜들던 나의 여인초 이파리 하나가 고개를 아래로 서서히 떨구기 시작했다. 지켜보고 있자니 이파리가 땅을 뚫고 들어갈 기세를 하고 있어, 저러면 빛도 더 못 보고 불편하지 않을지 염려가 됐다.

여인초: 빨리 좀 어떻게 해결해주시겠어요?


보다 못한 나는 결국 여인초의 축 쳐진 줄기를 지탱하도록 지지대를 세워주었다.

지지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몰라도, 이파리를 한없이 아래로 떨구던 녀석은 지지대에 묶여 잘 버티면서 빛을 보더니, 조금씩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 후로 고개를 푹 숙여 주눅이 잔뜩 든 나의 칼라디움(플로리다 크라운) 그리고 몬스테라에게도 단단한 지지대를 세워주었다.


기다랗고 무거워진 줄기와 이파리를, 지지대 없이 계속 그대로 두었다면 아마 다른 이파리에 가려진 아래 잎이 충분한 햇빛을 보지 못하고, 이파리는 더 약해져 버렸을 것 같다. 그에 더해 축 쳐진 줄기 아래 자리 잡은 뿌리마저도 부담이 되었을 테고.


그들이 자유롭게 크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 반대로 식물에게는 버텨야만 하는 무게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지지대가 있다

살다 보면 우리 또한 곁에서 지탱해주는 존재가 있지 않은가? 그 지지대는 가족 또는 친구, 연인, 심지어 작은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겠다.

혼자 힘으로 어떤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거나, 자존감이 낮아져 땅 굴을 파고들 때쯤, 그 지지대는 묵묵히 우리의 곁을 버티고서 차분한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나 또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 당시의 지지대를 통해 조언을 얻고,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할 수 이따!!!

고3 때 처참한 수능점수를 받고, (원래 공부에 소질이 없었다.) 재수를 할지 말지, 진로를 고민하던 내게 진심으로 나의 미래를 걱정해주며 조언해준 지지대가 있었다. 그 지지대는 재수생활 내내 나의 칭얼거림을 받아주며 용기를 건넸고, 그들 덕분에 힘든 재수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

이후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무엇이든 도전해보라며 응원을 보내준 지지대도 있었다. 아, 내가 나태해지면 몹시도 혼쭐을 내는 지지대도 있었고(!)





사람에게도 이렇게 지지대가 필요한 존재이거늘, 하물며 식물들에도 지지대는 필요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들 중 어느 하나 지지대가 없는 사람은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많은 지지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듯이, 식물의 줄기가 혼자 힘으로 일어서기 어렵다면 다시 일어서서 밝은 햇빛을 볼 수 있도록 지지대를 받쳐줘야겠다.



p.s 늦었지만… 나의 지지대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래저래 부족한 저를 지지해줘서 고마워요. 저도 누군가가 의지할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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