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리 Aug 08. 2016

그래, 여름이다.

온몸으로 계절을 느끼다.

노란 살구 물이 톡- 하고 떨어진다.

하얀 잠 옷이 노랗게 물든다.

아, 여름이다.





세상이 푸르게 물드는 여름이 왔다. 솜사탕 같은 봄을 보내고 맞이하는 여름은 싱그럽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조명을 낮추고, 좋아하는 음악을 아주 작게 틀어놓고 보내는 여름밤. 상큼한 과일,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집, 사골국처럼 아주 오랜 시간 돌려보는 드라마와 영화.. 온통 좋아하는 것 들에 둘러 쌓여 있는 그런 여름밤을 좋아한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참으로 고요한 시간. 여름 공기 그 특유의 무거움이 덕분인지 결코 쓸쓸하지 않은 시간이다. 따뜻하고 단단한 시간.


온 몸으로 계절을 느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수박?' '복숭아?' '살구?' 하며 혼잣말을 한다. 여름을 오롯이 느끼려면 과일만 한 게 없지- 하며 블로그 공동구매나 마트 전단지를 샅샅이 살펴본다. 그러다 함께 먹을 사람이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고 모두 내려놓는다. 며칠 전 여름인데 과일은 잘 챙겨 먹고 있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과일은 혼자 먹기엔 양이 조금 많아서' 라고 대답했다. 혼자 고요히 먹는 과일보단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찹찹 소리 내며 먹는 과일이 더 맛이 좋으니 말이다. 살구 한 통으로 시작했던 이 여름도 끝이 보인다.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수박 한통, 복숭아 한 박스 옆에 두고 시원한 선풍기 바람 밑에서 휴가 다운 휴가를 보내야 할 텐데,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노란 살구 물과 빨간 수박 물이 툭 하고 잠옷에 떨어지는 계절이 왔다.

이렇게 또 여름이 오고야 말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