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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치 Mar 16. 2020

눈치보지 말고 나답게

내 삶의 방향성 찾기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저녁이었다.

다만 그날은 주말이었고, 미루고 미루던 일을 하느라 본가에 가지 못했고, 혼자 먹는 저녁이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져 어쩌다 한 번 흘끔거리는 넷플릭스를 켰다.


순간 두들겨 맞은 듯한 충격 때문인지 아직도 그 순간이 환각처럼 희미하게 느껴진다.

별생각 없이 스치듯 누른 버튼 다음에야 선명하게 흘러나와 나의 폐부를 찌르던 대사.




제가 원하는 건 자유입니다.

누구도 저와 제 사람들을 건들지 못하도록 제 말, 행동에 힘이 실리고

어떤 부당함에도 누군가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제 삶의 주체가 저인게 당연한

소신의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이태원 클라쓰> 중 박새로이 대사



누군가가 꼭 나에게 들으라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하는 말인 것 같아 그렇게 잠시 멍하니 있었다.

내가 잠시 잊고 지냈던 내 삶의 방향이, 내 꿈이 바로 거기에 들어 있었다.



혼자 산다는 건 처음엔 자유가 보장되는 달콤한 삶이었다.

내가 먹고 싶을 때 먹고, 내 취향이 가득 담긴 물건들로 나의 공간을 채우고, 샤워하고 나와서 속옷 바람으로 활개치고 다녀도 누가 볼까 걱정하지 않는 즐거운 삶.


혼자 밥을 먹는 일도, 혼자 잠자리에 드는 일도 걱정했던 것만큼 쓸쓸하거나 두렵진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독립하지 못했으면 이 좋은 걸 모르고 살 뻔했다며 속으로 환호를 내지르기도 했다.


나는 내가 사는 공간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언제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굴러간다고 했던가.

내가 누리는 자유에는 그 결과의 책임이 항상 꼬리표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사회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라고 때마다 알려주는 수많은 고지서들, 잠시 방탕하게 쓰고 나면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지는 소중한 내 시간, 무언가를 하고 있는 동안 다른 무언가는 할 수 없는 이중적인 삶. 선택과 포기가 점철되어 나부끼는 순간들.

그 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나의 인생이 되었다.


혼자 산다는 건, 걷잡을 수 없는 자유와 함께 불어닥친

내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법을 배우는 맹렬한 시행착오의 과정이었다.

내 삶의 주체가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시간.

나의 행동에 따른 결과 또한 모두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 시간.


지금도 여전히 갈팡질팡 헤매는 중이지만

이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나는 혼자 살고 나서야 '나답게' 사는 법을 배웠다.


엄마의 취향이 묻어나던 공간, 가족들과 함께 맞춰야 했던 생활패턴, 다양한 변수들이 불가피하게 내게도 영향을 미치는 생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삶은 외롭진 않았지만 눈치를 봐야 했다. 상황에 맞게 서로에 맞게 배려하거나 희생하며 나의 생각이나 취향은 잠시 접어놓고 어울림에 무게를 두는 삶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의견과 잔소리가 묻으며 적당히 뭉그러졌고 풀이 꺾였다.

관계로부터 멀어져 철저히 고립되고 나니 오히려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면 모순처럼 느껴질까?


나와 친밀한,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 안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 그에 따른 나의 감정에 충실하게 반응해도 눈치 볼 사람이 없었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혼자 살기는 그렇게 나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희열과 고난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그 생활에 익숙해져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나의 말과 행동에 책임이라는 무게추를 달고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다운 삶'을 살아내는 중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삶의 방향이다.


ⓒ  별하's 감성드라마 & 리뷰노트 (https://blog.naver.com/js2y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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