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
오랜만에 찾아온 달콤한 설렘.
어떤 스팀팩이 이보다 강력할까.
그와의 연애는 마치 구름으로 만든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처럼 가볍고 경쾌했다.
그동안 지리했던 기다림을 드디어 보상받았다는 생각에 삶은 감사함으로 넘쳤고 기분 좋은 에너지는 일도 척척 더 열심히 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연애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했고 나는 곧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랑이 불어넣는 숨결은 그 어떤 신의 선물보다 은혜로운 것이었다.
점점 커져가는 마음은 그와의 관계에서 점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다.
속으로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점쳐 보면서도, 겉으로는 급할 것 하나 없는 쿨한 여친을 연기했다. 결혼을 그려보는 나의 마음이 혹시라도 그에게 부담이 될까 새어나가지 못하게 꽉 틀어막았고 아직은 불안정한 우리 사이가 어느 날 갑자기 깨어지진 않을까 조심하고 경계했다.
너무 많은 생각 때문에 나를 솔직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모처럼의 연애가 해피엔딩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은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그가 어느 순간부터 미묘하게 변해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고 싶다고 속삭이던 달콤한 말들이 점차 줄었고, 늦은 시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던 추진력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푸스스 쪼그라들었다.
우리의 대화에는 알맹이가 사라졌고 시답지 않은 주변 이야기들을 유쾌한 대화라고 치부했다.
변해가는 그의 모습에 불안함을 호소하는 나에게 친구들은 으른의 연애가 다 그렇다는 말로 위로했다.
언제까지 20대 청춘의 꽁냥꽁냥한 연애 놀음을 기대할 거냐며 직장인이 현실에 치이면 열정의 온도는 식는 게 수순이라고.
나는 애써 그 말을 믿으며 그가 변한 게 아니라 연애가 자연스럽게 숙성되는 과정쯤으로 여기고 넘겼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찜찜함의 불씨를 남겨둔 채로.
그와 함께 있으면서도 점차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시간이 생겨났다.
서로를 향한 흥미는 잿빛처럼 색을 잃었고 그 자리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솟아났다.
투명하게 훤히 보이던 그의 생각이 언젠가부터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허공에 떠 있는 홀로그램으로 변한 듯했다. 애써 그러쥐어도 잡히지 않는.
그렇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을 무렵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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