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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치 Mar 26. 2020

앞으로 어떻게 살지?

변화가 필요한 순간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한다는 건 딱 그만큼 그 사람이 나의 인생에 간섭할 권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나는 부모님께 얹혀살면서 내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드렸다.

현명한 선배님인 두 분의 훈수는 인생의 대부분 도움이 됐지만 때로는 내키지 않는 일도 눈치 보며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내가 주체로 살아가겠다 결심했으니 이제 부모님께 기대는 것도 그만두어야 했다. 


나에겐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는 자립이 시급했다.


이별에서 깨달음을 얻은 날로부터 D-365일을 자립 마감기한으로 정했다.

그리고 천천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자립이 우선 되어야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남의 능력에 포개어 비겁한 물타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 하나쯤 스스로 먹여 살릴 수 있어야 했다. 혼자서도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를 책임지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내 손에 있다면 그땐 누굴 만나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니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프리랜서의 삶이 꺼져가는 땅처럼 느껴졌다.

10년 후, 멀리는 20년 후 누군가는 원장님이 되어 있을 나이에도 나는 학원에서 강사로 설 수 있을까?

그려 본 나의 모습은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도,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 거란 확신도 들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소비의 주체가 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고용하더라도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원했다. 소비와 고용의 굴레에서 다른 사람의 생계를 돕는 도구로 남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일하는 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에서 일해야 한다.

지금 내가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살리되 소비와 고용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 중년이 되어서도 꾸준히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 것. 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시작할 수 있는 것.


나는 공부방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목표가 정해지자 다음 스텝들이 비교적 순조롭게 정리되었다.

지금 나의 역량은 강사 포지션에 100% 맞춰 있는 상태. 공부방은 단순히 강의를 잘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는 이제 강사의 옷은 벗어던지고 원장의 옷을 입어야 한다.


변곡점을 끌어안은 마음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시간이 지나 생각이 무거워져 무언가 시도하기도 전에 편한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고 눌러앉을까 걱정되었다.

행동이 굼떠지기 전에 몸부터 바삐 움직이기로 결심한다.


나는 달라져야 한다고,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많이 하던 과거와는 작별하고 무엇이든 가벼운 엉덩이로 시작하는 행동가가 되어야 했다.


그때는 까맣게 몰랐다. 그 길이 굽이굽이 오늘까지 이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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