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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치 Apr 06. 2020

독립의 서막을 울려라

발품을 팔아야 기회를 잡는다


남자 친구와의 허무한 이별 후에 기합이 바짝 들어간 덕분에 변화를 위한 새로운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학원 강사에게 한밤중이나 다름없던 이른 아침에 일어나 원장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세미나에 부지런히 다니며 교육 내용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앞자리에 앉아 병든 닭처럼 졸기도 했지만 무언가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이 좋았다.


SNS에서 우연히 본 어떤 이가 재능기부를 한다는 공지를 보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이유로 주말을 포기하고 과감히 서울행 버스를 끊어 다녀온 일도 있었다. 아는 사람 없이 혼자서는 그런 일에 전혀 나서지 않던 모습을 생각하면 180도 달라진 변화였다.


용기를 끌어모아 다녀오고 나니 낯선 자리에 참석하는 일도 생각보다 할만하다는 경험치가 쌓였고 직접 참석해서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느낌이 꽤 뿌듯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웠다. 그렇게 차근차근 실행력을 키우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일이 내가 오늘날까지 변화하는 데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는데 집에서 가만히 앉아 고민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피부로 깨달은 덕분이었다.

저지르고 움직여야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날이었다.


그 일을 도화선으로 다가오는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듣고 싶은 강의, 보고 싶은 인사가 생기면 그게 어디든 시간이 허락하는 한눈에 불을 켜고 참석했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이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부방 원장님으로서의 자질과 역량 강화도 물론 중요했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어제보다 오늘 더 괜찮은 모습의 나를 키워 나가는 것이었다.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랐다. 언젠가 혼자서도 번듯하게 우뚝 설 수 있길 바랐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생각에서 행동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며 독립을 위한 준비를 갖춰 나가고 있었다.




연말에는 반드시 독립을 하겠다고 벼르던 그해 5월, 발품을 판 덕분에 운명 같은 기회를 잡게 된다.


내 세상이 뒤집힌 그 날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었다.

마침 늦은 오후 수업만 있던 날이라 낮에 무엇을 할까 고심하다 부동산도 미리 보면서 안목을 키우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투어를 해볼 심산으로 집을 나섰다. 

유치원 방과 후 수업을 하며 일주일에 두어 번씩 들락 거리던 신도시라 오며 가며 눈여겨봐 둔 동네가 있었다. 시장 조사라는 명목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며 학교 위치도 보고 아파트 단지도 대충 파악해두었다. 


부모님께는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속내는 조금도 내비치지 않은 상태여서(걱정하고 반대하실까봐) 아는 선생님과 둘이서만 몰래 부동산을 방문했다. 같이 간 선생님도 정말로 독립할 생각이냐며 나의 행동력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수년을 알고 지낸 시간과 판이하게 다른 나의 모습이 새삼 낯설었던 모양이다.


인터넷으로 몇 군데 추려서 봐 둔 집들을 서너 군데 돌아보고 별 소득 없이 돌아 나온 때였다.

주변에 즐비한 부동산들을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같이 간 선생님이


"여기 바로 옆에 부동산 가까우니까 한 번만 더 가봐요."

라는 말에 핑크색의 간판이 유독 눈에 띄는 부동산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저... 집 좀 알아보러 왔는데 혹시 전월세 나온 물건 있어요? 공부방도 가능하면 좋겠어요."

라고 얘기했더니 부동산 사장님께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씀하셨다.


"정말요? 마침 3일 전에 영어 공부방 하시던 원장님이 이사 가신다고 내놓으신 게 있는데 같이 보러 가실래요?"라고.


나의 운명에 화답하듯 독립의 서막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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