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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치 Jun 18. 2020

누구나 마음속에 마술가게가 있다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 가게> 제임스 도티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 줄 Magic Shop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저 은하수를 올려다보며
넌 괜찮을 거야 oh 여긴 Magic Shop
BTS <Magic Shop>



스스로를 아미라고 칭할 수는 없지만 BTS 노래를 종종 찾아듣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이 곡은 나의 '최애'이다.


사는 게 딱히 힘들 때가 아니었는데도,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나의 감정을 툭 터트린 것처럼 마음 한자락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촉촉하게 차올랐던 경험이 있다.

가사를 곱씹으며 듣는데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고, 동시에 진한 위로를 받는 것 같은 묘한 감정에 한동안 허우적거렸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 노래가 탄생되는데 모티브가 된 책이 있다고 하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BTS의 앨범 'Love yourself'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책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를 읽어보았다.


뇌와 심장의 마술 같은 결합


책은 어린 시절 캘리포니아 사막 지역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 제임스 도티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도티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우울증으로 여러 번의 자살 시도를 한 어머니, 나이에 비해 덩치가 작고 연약해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형과 함께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살아간다. 부모는 있으되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늘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어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어느 마술 가게에 들어갔다가 ‘루스 할머니’를 만나 삶을 바꾸는 기적 같은 마법을 배우게 된다.


루스가 도티에게 가르쳐 준 마법이란

<#1_몸의 긴장 풀기 - #2_마음 길들이기 - #3_마음 열기 - #4_의도를 명확하게 하기>였다.


이를 배우고 실천하면서 그는 의사로, 기업가로, 자선사업가로 그리고 신경의학자로 성장해나가는 자신의 여정을 보여준다.


날마다, 매주, 매달 해마다. 네 머릿속에서 그 창을 통해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건 뭐든 진짜 현실이 될 거야. 그 창 안에 있는 것을 네가 이미 가졌다고 상상하면 할수록, 또는 그 창 안에 있는 모습대로 네가 이미 되었다고 상상하면 할수록, 그 일은 더 빨리 이루어질 거야.
-p.147 루스가 도티에게


루스의 가르침이 언뜻 보면 뜬구름을 잡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이는 사실'뇌 가소성과 심장과 뇌의 상호작용'에 근거한 유의미한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저자는 신경의학자 다운 전문 지식인의 면모를 드러내며 과학적 근거와 연구결과를 들어 설명한다.


이전에는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라는 통념을 그저 간절함이 빚어내는 우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뇌와 심장의 교감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 기술을 수행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그려 보거나 상상하는 운동선수는 자신의 생체 기능을 변화시키고, 실제로 근육이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두뇌의 신경 패턴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 그렇듯이 나도 나의 뇌 속에서 새로운 신경 경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시각적인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뇌는 강력하게 상상한 경험과 진짜 경험을 구분하지 못한다.
-p.163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기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어리고 연약한 나의 내면 아이에게 우산을 씌워주자


루스가 가르쳐 준 마법을 실천하며 저자의 삶을 따라 함께 여정에 오르다 보면 그 끝에서 '연민'이라는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도티는 마음을 길들이고 열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성장하는 모습을 물 흐르듯 보여준다.


내면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자기 연민'이라는 것을 도티를 통해 배웠다.


자신을 돌아보고 아픔과 상처를 기꺼이 끌어안으며 그것을 헤치고 결국에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자기 연민은 고통받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돕고 그 고통이 덜어지거나 그로부터 자유롭기를 소망하는 것이고 그 고통 속에 있는 나를 안아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이 모든 과정은 고립에 빠지는 나르시시즘에 불과하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기 연민과 성찰의 과정이 자기애와 성장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세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타인에 대해서도 '연민'을 갖고 친절하며 손을 내밀 줄 아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이며 이를 추구하는 것이 곧 우리 삶이 나아갈 궁극적인 방향이라는 것이다.


연민이 우리의 마음을 열고 삶을 바꿀 수 있음을 그 자신의 멋진 이야기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 겪은 일이 생각이 난다.

며칠 전 지인과 만나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 뒤에 '나 혼자서 나의 생각을 너무 많이 이야기한 것은 아닌가, 내가 더 많이 경험해봤다는 자세로 조언을 가장한 훈수를 둔 것은 아닌가'하는 어지러운 마음을 안고 돌아왔다.


과거의 나는 완벽을 기하려고 아등바등하던 성격 때문에 작은 실수도 며칠씩 곱씹으며 혼자 속앓이를 하곤 했다. 자책도 많이 하고 사소한 실수에도 아파하며 여유 있게 포용해 넘기지를 못했다.

그러다 꾸준히 책도 읽고 글도 쓰며 내면이 조금씩 성장한 덕분인지, 지금은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부드럽게 흘려버릴 줄도 알게 되었다.


아마 과거의 나였다면 그 일을 두고 '왜 그랬을까'를 시전하며 이삼일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날의 실수를 오래 자책하는 대신 곧 '실수라고 인정하고 반성했다면 그걸로 됐어.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더 경계하고 발전하면 돼.'라는 생각을 하며스스로를 다독이는 여유를 보였다. 그런 나 자신을 보며 조금 놀랍기도 하고 언제 이런 여유가 생겼나 싶어 기특하게 느껴졌다. 미약하게나마 자각할 수 있었던 성장이라 더욱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러던 차에 책을 통해서 다시 '연민'이라는 메시지를 읽으며 나의 지난 행동에 대해 많은 위안을 받고 통찰을 얻었으며 마음을 뒤흔드는 감동을 느꼈다.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기적이고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상처도 스스로 보듬어주고 어루만지면서 치유하는 여유가 생긴다면 타인에게도 분명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세가 갖춰지지 않을까.


힘들고 복잡할 때면 모두들 내 마음속에 작은 마술가게가 있다는 것을 떠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쉬면서 차 한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이미 당신만을 위한 마술가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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