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혜민 Feb 13. 2020

그대에겐 그런 사람 있는가

누군가의 스승이 되기를 희망하며...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면,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면 된다. 살면서 스승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그대를 스승이라 부르면서 따르는 이가 있는가? 스승이란 뜻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당신의 삶을 인도해 주는 사람이 그대에게는 있는가? 당신을 무한히 믿어주고, 당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지지해 주는 그런 사람이 그대 곁에 있는가?


오늘 직장에서 정년퇴직하시는 선생님이 퇴직 기념 책을 출간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가 책 출간에 관심이 있어 그런지 책을 출간에 대해 이것저것 여쭙다가 출간되기 전의 글을 보여주셨다. 그 글 중에서 지인들이 써 준 글을 보게 되었다. 그 글에는 그 선생님을 스승이라 칭하며 퇴직하심을 아쉬워하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었다. 같은 직장에서 정년을 앞둔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대하시는 모습을 보며 존경했던 선생님이었기에 그 글들이 진심으로 다가왔는데 정작 본인은 쑥스럽다며 책 출간이 꺼려진다라고 말씀하셨다. 읽었던 글의 내용은 교사는 많지만 스승은 없는 요즘 세상에 자신이 스승이라 부르는 분이 퇴직하심이 안타깝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내가 스승이라 따르는 사람은 있는가? 아니면 나를 스승이라 칭하며 따르는 사람이 있었는가?


며칠 전 설이라고 인사 왔던 제자가 떠올랐다. 14년 전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나를 쪼르르 따라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하던 아이, 내가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던 것이 정말 현실에서 가능한지 묻고 또 묻던 아이, 지금 생각하면 내가 했었던 그 대답들이 정말 가능한 것이었을까? 싶지만 나의 이야기 모두 믿어주던 한 사람이 나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세월을 같이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오랜만에 보지만 마치 어제 본 것 같은 사이가 되었다. 서로의 직장 이야기, 결혼 준비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제는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니라 그냥 동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어린 친구 같은 느낌이 드는 사이가 된 것 같았다. 헤어질 때 "지금까지 봐왔던 선생님 모습 중 제일 인간미 느껴집니다."라고 말하는 그 말이 왜 이리 칭찬 같이 느껴지는지 그 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나라서 나의 본모습이 드러날까 포장지로 돌돌 말아서, 나를 보여주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런 포장지 두르지 않고 그냥 나를 그대로 내어놓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일까? 아니 그런 척해야 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진 것, 해방된 것 같다.

매일매일 전쟁터처럼 이 악물고 살던 내가, 이제는 매일매일이 축제을 느끼고 살고 있어서일 것이다.

너도 참 많이 성장했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고, 나도 이렇게 성장하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해 주는 네가 있었기 때문인걸 너는 알까

한 사람의 믿음은
한 겨울, 생생 불어오는 그 바람 속에서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을 기다릴 수 있는 힘이랄까

그 한 겨울
땅 깊은 곳에서 봄을 기다리는 씨앗이랄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믿는 사람에게는 보이는 희망의 볕 같은
구름 뒤에 가려진 무지개 같은 그런 존재이다.

참 고맙다.

그대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
나도 그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이라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스승일 것이다. 다시 국어사전의 정의처럼 스승이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삶의 다양한 선택지를 선택할 때, 이것 저것이 고민이 될 때 찾아와 이야기를, 고충을 함께 나누며, 인생의 대소사를 함께 생각하고, 자신의 살아온 길을 생각하며 그의 앞으로 갈 길을 인도해 준다면 그는 스승일 것이다. 그 누군가를 무한히 긍정해주고, 무한히 지지해 주면서 그의 앞 길을 함께 고민한다면 그런 사람을 둔 자, 그런 사람이 되어 주는 자 모두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삶의 지혜를 나누는 그런 스승이 되기를 나는 오늘 희망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