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혜민 Mar 09. 2020

꽃 피움

당신의 꽃은 피었는가?

동생이 가게를 오픈했단다. 코로나로 인해 안 좋은 상황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꽃가게에 가서 화분 하나 사들고 가야 되지 않겠냐는 신랑의 말에 꽃가게로 향했다.


꽃집 가득 활짝 피어있는 꽃들에 기분 좋아지면서, 가게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력 강한 아이 하나 데리고, 차에서 기다려 주는 이쁜 우리 두 아이에게 줄 예쁜 장미 포장해서 나왔다. 만발한 꽃을 자주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장님께 또 오겠다는 인사를 건네며 가게 밖으로 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꽃을 좋아했었나?' 온천하에 자신의 꽃 피움으로 향기를 맘껏 자랑하는 꽃들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보다 5살 어린 동생, 어린 시절 내가 동생에게 한글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넌 천상 선생 해야겠다."라고 이야기 듣게 해 준 동생, 나의 첫 번째 학생의 역할을 해 주었던 아이

 아빠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 동생은 중학생이었다. 사춘기 시절 아픈 아빠로 마음고생 많이 했었던 아이

 동생이지만, 늘 아빠의 자리를 자신이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돈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었던 아이

 가락시장 과일 장사, 안산 공장, 주류회사 운반 힘든 일만 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는데 이젠 김천에서 식당을 오픈해서 일을 한단다. 가족과도 같은 오랜 친구와 동업을 한다고 하니 걱정도 되지만 그 친구 역시 나의 동생처럼 오래 보아왔던 아이라,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동생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노력하는데 왜 이리 잘 안 풀릴까?  꽃마다 자신의 꽃이 피는 시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자신의 꽃 피움의 시기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꽃 피는 시기는 따로 있을 것이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힘껏 에너지를 모아 자신의 꽃을 피우고, 그 향기를 만천하에 뽐내는 그 시기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각자 다르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 꽃집에 만발했던 그 꽃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뿌리 깊이 에너지를 듬뿍 얻어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만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꽃 피움을 위해 오늘도 뿌리를 깊이 내리며 에너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타인의 꽃 피움을 보고, 자신은 왜 꽃 피우지 못하는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의 꽃이 빨리 피지 않는다고 이리저리 삶의 자리를 옮겨 가지 않았으면 한다. 삶의 그 자리에 뿌리내림을 통해 그 인내의 시간을 통해 각자의 꽃 피움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차에 와서 아이에게 꽃을 건네니

"엄마, 꽃이 너무 예뻐요."

"꽃 이쁘지, 근데 네가 천만 배는 더 이쁘단다."


동생아, 너의 삶에서 꽃 피움을 기다리고 있을게.

그 꽃이 활짝 필 때를 누구보다 기다리며 응원할게.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그리고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그대에겐 그런 사람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