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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Apr 08. 2020

짜장면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올해 들어 짝꿍이 근무지를 바꿔서, 주 5일 근무가 아니다. 그래서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지만 모두 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요즘 코로나 사태에서 일을 하러 나갈 수 있음에 월급이 들어옴에 감사해야 할 때니깐

좋은 점은 평일에 쉴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 신랑이 이야기한다.

옛날 짜장면 먹고 싶어. 내가 식당 두 군데 찾았는데, 둘 중에 어디를 갈래?

두 군데 중 어디를 선택할 수 있는지는 내가 선택권을 준다.

시내 나가자.


오랜만에 드라이브 삼아, 시내로 향한다. 책도 좀 사고 인터넷으로만 보니깐 내용도 못 보고 사서 직접 가서 책 냄새 좀 맡고 싶었다.


시내 가서 책도 사고 저녁에 짜장면 먹자.


아이들도 원하는 것들을 사고, 내 책 짝꿍 책 한 권씩 사서 조금 일찍 저녁을 먹으러 향했다.

정말 오래된 식당, 인테리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진짜 식당의 핵심인 맛으로 승부하는 곳 같았다.

저녁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세트를 시키고, 음식을 기다리다 메뉴판을 봤다. 현금 결제 시 3000원

뭐?!?! 내 눈을 의심했다. 현금 결제 시 3000원 카드 결제 시 4000원 가격도 옛날 가격이었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먹는 양이 적어서, 솔직히 한 그릇으로 3명이 나누어 먹어도 된다. 그래도 남을 경우가 있다. 누가 들으면 욕하겠지만 많이 먹는 것은 곤욕이다. 첫째 아이 임신했을 때 먹기 싫은데 뱃속의 아기 때문에 울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엄마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이 먹는 양이 적다.


그런 나이기 때문에 식당 사장님 눈치를 보며, 주문을 한다. 그렇다고 4인 가족이 가서 짜장면 2 그릇을 시킬 수는 없잖아. 누가 보면 GOD의 어머니 노래를 부를라.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런데 이 집 맛있다?!! 밀가루 맛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도 잘 먹는다. 원래 짜장면 먹고 싶다고 했던 짝꿍의 눈을 봤다.

사장님 짜장면 한 그릇 더 주세요.


아이들도 정말 맛나게 먹었고, 내 짝꿍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요즘 코로나로 외식이 오랫 만이라 그런 것인지? 이 집이 맛집이라 그런지?

잠시 후 식당을 돌아보니 식당에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아! 이 집 맛집이었구나.


음식을 다 먹은 후 짝꿍이 이야기한다.


참고로 어렸을 때, 내 짝꿍은 공부면 공부, 그림이면 그림, 노래면 노래, 글짓기면 글짓기를 모두 다 잘했다.

우리 시댁에 가면 그 자랑이 끝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올 수를 받았거나, 상을 탔을 때만 먹을 수 있었던 짜장면인데

 근데 지금은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이지만 그 맛이 안 나 그 옛날 짜장면
정말 그 짜장면을 먹고 싶었는데,

이 집은 그 맛나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 짝꿍 어린 시절은 정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스토리기 때문이다. 괜히 말을 돌렸다. 짜장면 먹다가 눈물을 흘리면 너무 이상할 것 같잖아

그리고 신랑이 말한다. 과거에 우리는 지금의 이 모습을 상상하지는 못했지만, 과거의 선택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겠지. 과거의 우리가 현재의 우리를 생각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살았던 것처럼 그러니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걸 계속하자. 잘해 왔잖아.


어제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는데,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짝꿍이 힘들게 편집을 했는 게 무색할 정도로 미안하면서 정말 땅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짝꿍이 던지는 말


괜찮아. 뭐 조회수 60 정도 나오고 말 건데 뭘...


힘 빠진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라는 생각, 그냥 다시 복직이나 할까?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냥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나를 보고 짜장면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것일까? 그리고 생각했다.


며칠 전 제자를 만났을 때, 훌쩍 나이들은 제자가 이제는 직장도 가졌고 이제 직장에서 인정도 받았는데, 공허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조언을 했었다.


네가 10년 후라면 지금의 너에게 뭐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
그걸 생각한다면 지금 뭘 해야 할까?


타인에게는 그렇게 조언을 해 주면서, 정작 나에게는 이제야, 질문을 던져본다.


"50살의 내가 지금 40살의 나에게 뭐라고 이야기할까?"


당신에게도 질문하고 싶다.

10년 후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에게 뭐라고 이야기할까? 지금 무엇을 하라고 이야기할까?


그러기에 나는 지금 글을 쓴다. 당신은 무엇을 할 것 인가?                                                                   

                                                                

Image Erin Alder by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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