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제대로 못 간다고 아쉬워했는데, 우연히 나간 뒷마당에 살구꽃이 너무 예쁘게 피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자기의 자리에서 너무 아름답게 꽃 피웠더라.
그 이후로 나는 뒷마당에 자주 나간다. 꽃들이 하나둘씩 피고, 슈퍼에서 사 온 파도 뒷마당에 심어놓으니 멋진 난초처럼 이쁘다. 식물에 눈이 가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먹었나 보다. 아이들과 뒷마당에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이지만 소소한 재미를 찾고 있는 요즘이다.
오늘 우연히 길을 걷다가 돌 틈에 너무나 예쁘게 꽃 피운 들꽃과
가지치기하여 잘려간 나무에서 잔가지로 꽃을 피운 나무가 나에게 인사이트를 던져주었다.
자연 만물은 자기 그 자리에서 누구 보든 보지 않든 열심히 꽃 피우는데, 우리 인간만이 자신의 환경 탓, 부모 탓, 남 탓을 하는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우리는 길가에 뿌려진 씨앗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뿌려진 씨앗이 햇볕과 비, 바람들이 그 씨앗의 싹을 틔우기 위한 환경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씨앗 역시 자신을 썩혀야지만 싹이 자란다.
싹을 틔우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완벽한 환경이 제공되었다고 해도 씨앗이 스스로 썩지 않는다면 싹을 틔울 수 없지 않을까? 환경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씨앗 그 자체이다.
자신의 자리가 돌 틈 사이라고 싹 틔우지 않을 것인가?
잘려나간 나뭇가지 사이로 꽃을 피운 꽃을 보면서, 돌 틈 사이에 꽃 피운 꽃을 보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