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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Apr 12. 2020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라.

요즘 뒷마당에 꽃들이 하나둘씩 피어나니, 봄이 왔나 보다.

꽃놀이 제대로 못 간다고 아쉬워했는데, 우연히 나간 뒷마당에 살구꽃이 너무 예쁘게 피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자기의 자리에서 너무 아름답게 꽃 피웠더라.


그 이후로 나는 뒷마당에 자주 나간다. 꽃들이 하나둘씩 피고, 슈퍼에서 사 온 파도 뒷마당에 심어놓으니 멋진 난초처럼 이쁘다. 식물에 눈이 가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먹었나 보다. 아이들과 뒷마당에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이지만 소소한 재미를 찾고 있는 요즘이다.


오늘 우연히 길을 걷다가 돌 틈에 너무나 예쁘게 꽃 피운 들꽃과

가지치기하여 잘려간 나무에서 잔가지로 꽃을 피운 나무가 나에게 인사이트를 던져주었다.


자연 만물은 자기 그 자리에서 누구 보든 보지 않든 열심히 꽃 피우는데, 우리 인간만이 자신의 환경 탓, 부모 탓, 남 탓을 하는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우리는 길가에 뿌려진 씨앗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뿌려진 씨앗이 햇볕과 비, 바람들이 그 씨앗의 싹을 틔우기 위한 환경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씨앗 역시 자신을 썩혀야지만 싹이 자란다.


싹을 틔우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완벽한 환경이 제공되었다고 해도 씨앗이 스스로 썩지 않는다면 싹을 틔울 수 없지 않을까? 환경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씨앗 그 자체이다.


자신의 자리가 돌 틈 사이라고 싹 틔우지 않을 것인가?

잘려나간 나뭇가지 사이로 꽃을 피운 꽃을 보면서, 돌 틈 사이에 꽃 피운 꽃을 보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가지치기는 그 나무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가지 치기 한 것이다.

당신의 삶에서, 당신의 꽃은 피었는가? 피어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지금 자리를 탓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왜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나의 부모님을 탓 하지는 않는가?

SNS 속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고, 다들 잘 나가는데, 나는 왜 이렇지?

남 탓을 한 적 없는가? 환경 탓을 한 적 없는가?


돌 틈에 피어난 꽃을 보라.

잘라나간 가지 틈에 꽃을 피우기 위한 나무의 노력을 보라.


당신도 더 이상 탓하지 말고, 지금 당신의 그 자리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나는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



                                                    

Image by Pezibea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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