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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태쀼 Nov 22. 2023

[연애 경험치]가 어떻게 되세요?

중요한 가치는 정량화할 수 없다

[연애 경험치]라는 게 있다면 어떻게 계산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연애 경험이 많다'라고 할 때, 만난 기간(얼마나 오래)은 잘 고려하지 않고 연애 횟수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래서 짧게 만나더라도 여러 명 을 만나본 경험이 있을 때 보통 '연애 경험이 많다'고들 한다. 그리고 누군가 연애 횟수가 많다고 하면, 그는 [연애 경험치]가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한 사람을 보다 심도 있게 알아보지는 못해도, 여러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두루두루 사람(이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연애 횟수가 많은 경우 나름대로 통계도 낼 수 있으며,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자신과 맞거나 안 맞는 부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이성을 두루 이해하는 능력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연애 횟수는 적더라도 한 사람을 오래 만난 사람은 어떨까?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나보지는 않았어도, 한 사람을 오래, 깊이 만났으므로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높을 것이다. 상대의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연애를 오래 하는 과정 속에서 성숙해져 간다. 이러한 사람은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능력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연애 경험치]를 수치화할 수 있을까?


전자는 이성을 두루 이해하는 능력이 높은 사람이고, 후자는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능력이 높은 사람이라면, 전자와 후자 모두 이성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연애 경험치'는 곧 이성을 이해하는 경험적 능력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애 횟수와 연애 기간은 모두 이 연애 경험치를 높이는 변수들이다.


 (연애 횟수 x 평균 연애 기간) = 총 연애 기간 =? 연애 경험치?


그런데 단순히 두 개를 곱하는 것만으로는 의미상 어딘가 모자란 느낌이다. 위 수식(?)은 그저 총 연애기간일 뿐이다. '경험치'라면 % 처럼 단위 없는 숫자로 떨어지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그렇다면 두 개의 곱을 현재 나이(기혼자의 경우 : 결혼 나이)로 나누면 어떨까? 그럼 아래 수식의 의미는,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결혼하기 전까지), 연애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연애 경험치(Lv.) = (총 연애 기간)/(현재 또는 결혼 나이) x 100


그런데, 위 식에 첫 연애 나이를 적용하면 새로운 식이 탄생한다.




[연애 지속 능력치]도 구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솔로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각자 첫 연애 시기가 있다. 누구는 10대에, 누구는 20대에, 또 누군가는 30대에 연애를 시작할 것이다. 그럼 연애를 처음 시작한 때부터, 미혼자는 현재 나이까지, 기혼자는 결혼 나이까지를 카운트하면, 처음 연애를 시작하고 현재 또는 결혼 전까지 얼마나 연애를 쉬지 않고 지속했는지에 대한 기간이 나온다.


연애 지속 능력치(Lv.) = (총 연애 기간)/(현재 또는 결혼 나이 - 첫 연애 나이) x 100


위 식의 분모는 다르게 표현하면,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를 기점으로 (연애를 한 기간 + 연애를 쉰 기간)이다.


위 수식을 적용한 예를 들어보자.

영수(미혼)

연애 횟수 : 4번
연애 기간 : 5 년, 3 년, 2 년, 1 년 (총 11 년)
첫 연애 나이 : 20
현재 나이 : 40 (연애 안식년 : 9 년)
--------------------------------------
연애 경험치(Lv.) = 11/40x100 = 27.5
연애 지속 능력치(Lv.) = 11/(40-20) x100 = 55.0
영철(기혼)

연애 횟수 : 2번
연애 기간 : 2 년, 4 년 (총 6 년)
첫 연애 나이 : 22
결혼 나이 : 28 (연애 안식년 : 0 년)
--------------------------------------
연애 경험치(Lv.) = 6/28x100 = 21.4
연애 지속 능력치(Lv.) = 6/(28-22) x100 = 100.0
광수(미혼)

연애 횟수 : 3번
연애 기간 : 2 년, 1 년, 2 년 (총 5 년)
첫 연애 나이 : 30
현재 나이 : 43 (연애 안식년 : 8 년)
--------------------------------------
연애 경험치(Lv.) = 5/43x100 = 11.6
연애 지속 능력치(Lv.) = 5/(43-30) x100 = 46.1


위 두 식을 정리하면, [연애 경험치]는 결혼 전까지 삶에서 연애가 차지하는 비율이고, [연애 지속 능력치]는 연애를 시작하고부터 결혼 전까지 쉬지 않고 연애를 지속한 기간에 대한 비율이다. 위 식으로 나온 값들은 각각 (총 연애 기간 / 결혼 전까지 기간), (총 연애 기간 / 연애 시작부터 결혼 전까지의 기간) 이므로, 100을 곱하여 퍼센트로 나타낼 수도 있고, RPG 게임처럼 연애 경험치 레벨(Lv.) 몇으로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래 표와 그래프는 위에서 예시로 든 영수의 경우 [연애 경험치]와 [연애 지속 능력치]이다.

<영수의 연애 경험치 및 연애 지속 능력치>


필자(태)의 경우와 필자의 아내(해)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아내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태(기혼)

연애 횟수 : 1번
연애 기간 : 0.42 년 (5개월)
첫 연애 나이 : 35
결혼 나이 : 35 (연애 안식년 : 0년)
--------------------------------------
연애 경험치(Lv.) = 0.42/35x100 = 1.2
연애 지속 능력치(Lv.) = 0.42/0.42x100 = 100
해(기혼)

연애 횟수 : 4번
연애 기간 : 총 5.5 년
첫 연애 나이 : 14
결혼 나이 : 31 (연애 안식년 : 11.5년)
--------------------------------------
연애 경험치(Lv.) = 5.5/31x100 = 17.7
연애 지속 능력치(Lv.) = 5.5/17x100 = 32.3


위 식들에서 몇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연애 경험치]와 [연애 지속 능력치]는 연애기간만 산정하므로, 결혼을 한 이후에는 카운트되지 않는다. (대신 그때부터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결혼 생활 경험치', '결혼 생활 지속 능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위 식들은 재혼/돌싱의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다.

첫 연애부터 결혼 전까지, 또는 지금까지도 연애를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진행 중이라면, 연애 지속 능력치는 만(滿) 렙(Lv.)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를 일찍 시작하여 계속 진행 중인 사람은 [연애 능력치]와 [연애 지속 경험치]가 높다.

연애를 중간에 쉬게 되면 식의 분모가 커지므로 [연애 경험치]와 [연애 지속 능력치]는 감소한다.

일반적인 경우 [연애 경험치]는 100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10대(10 살) 때 연애를 시작하여 연애를 지속 중인 20살, 30살이라 할지라도 연애 경험치를 구해보면 각각 10/20x100=50, 20/30x100 = 66.7이다. 100을 넘기는 경우는 양다리 연애, '문어다리 연애' 뿐이다. 단순 계산으로 해당 연애에 양다리인 경우 (X 2), '문어다리'인 경우 (X n)이 되기 때문이다.




경험치/능력치가 높으면 좋을까?


확실히 [연애 경험치]가 높은 사람은 환경과 분위기를 잘 읽고 이성의 심리를 잘 알고 그 마음을 잘 얻을 수 있다. [연애 지속 능력치]가 높은 사람은 연애가 지속되기 위해서 필요한 이해심과 배려 등, 상대에게 맞추는 의지와 노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구한 수식들은 인생에서 연애가 차지하는 비중을 정량화해준다. 그런데 정작 이 값들을 구하고 보니, 그리 가치 있는 값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뭐?


연애를 많이 / 오래 해본 것은 그 사람이 자기 삶에 얼마나 연애에 비중을 두었는지에 대한 결과일 뿐, 그 사람의 됨됨이와 가치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물론 이것들이 모이고 모인 결과가 [연애 경험치]에 반영이 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험치'만으로 그 사람을 알 수는 없다.


연애 경험치가 높으면 좋을까? 본인에게는 다른 연애를 위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 입장에서는 높은 연애 경험치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모태솔로나 또는 모태솔로를 소개받아 만나려는 사람의 경우, 나/상대의 연애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 '숫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능력치가 낮아 스스로 주눅이 들거나 자격지심이 들기도 하고, 상대의 능력치가 낮아 선입견을 가지고 만나, 상대의 매력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수식들을 구하고 보니 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는 사실이 더 명백해진다. [연애 경험치]고 [연애 지속 능력치]고, 숫자에 매몰돼서 이 수치를 올리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정량화할 수는 없으나 성숙한 연애를 지속해 나가게 해주는 요소들이 있다.      


그 사람의 내면, 성품, 됨됨이는 산출불가다.



(태)가 (해)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그녀의 예쁜 외모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연애 경험치 Lv. 0인 (태)의 내면을 봐준 (해)의 내면을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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