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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태쀼 Nov 15. 2023

자연스러운 만남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자만추만 고집하는 30대 모태솔로에게

타 대학과는 달리, 내가 졸업한 대학은 독특하게 팀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신입생으로 입학할 때부터 자율전공 무학과로 입학하여, 다양한 전공을 가진 선배들과 함께 팀으로 1년 간 엮이게 된다. 3학년이 될 때까지 매주마다 팀활동이 의무였다. 팀 활동을 하면서 전반적인 학교생활 및 전공의 도움을 받고, 다양한 활동들을 같이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 친밀한 관계 속에는 언제나 자연스럽게 남녀의 관계가 형성됐다. 역시나 주변에서 하나둘씩 연애 소식이 들려왔다. 


기독교인인 나는 대학에 들어가 선교단체에서 신앙생활을 매우 열심히 했다. 연애하기 딱 좋은 시절, 그러나 스무 살의 나는 연애가 아닌 다른 곳에 먼저 집중하기로 했다. 동기들은 대학 시절에 아름답게 연애하는데 나는 연애할 때가 아니라 생각했다.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야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학업, 그리고 신앙생활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이렇게 먹은 마음은 거진 대학 신입생 때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할 때까지 근 10 년간 지속됐다. 연애하고픈 마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말로 스스로를 억누른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속했던 선교단체는 결혼을 전제한 연애만을 인정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변의 눈총 받아가면서까지 연애를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간 내 짝을 만날 거라며 연애에 대해 핑크빛 환상만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이렇게 학부 때는 연애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대학원 때는 학위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연애는 꿈꿀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못 오를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했던가. 결혼을 전제한 연애는 현실적으로 그 당시 나에겐 먼 얘기니, 애초에 연애에 대한 생각은 당분간 하지 말자고 여겼던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내 인생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이제는 없다는 것과, 짝을 찾기 위해 향후 3년 간 겪게 될 수고를.




무연고지로의 이사


박사를 졸업하고, 감사하게도 학위와 맞는 직무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회사는 내 인생에서 전혀 연고 없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20년, 포항에서 대학부터 대학원까지 근 10년을 보낸 나에게 수원은 낯선 곳이었다. 박사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취업한 회사는 극남초회사로, 남녀 비율이 9:1 정도 된다. 기독교인 짝을 만나고 싶었던 나는 회사에 취업하고부터는 적극적으로 짝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수원으로 오면서, 함께했던 선교단체는 나오게 되었다. 거기서 짝을 만났으면 좋았으련만, 무연고지로 이사를 오고 나니, 어떻게 만남을 시작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대학 동기 및 후배들은 이미 결혼한 친구들도 많았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연애는 모두 하고 있었다. 슬슬 조급해진다.


새로운 교회를 등록하는 것은 대학교를 벗어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지난 10여 년 간 활동했던 선교단체를 떠나 새로운 연고지로 오게 되었으므로, 다시 새로운 교회에 등록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지역에 정착과 적응을 핑계로 6개월 정도는 교회 출석을 하지 않았다. 사실 새로운 교회 등록은 어째서인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전 선교단체 활동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것도 없잖아 있었는 데다, 같은 신앙을 가진 짝을 만나는 목적이 큰 것에 대한 왠지 모를 찔림(?) 때문이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대형교회에 몇 번 출석하였으나, 너무나도 많은 교인들 속에 고독함이 느껴져 집 앞 작은 교회로 눈을 돌렸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교회였으나, 결혼적령기의 자매들이 별로 없었다. '요새 교회에 자매들은 많고 형제들이 없다'는 말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내 나이 서른둘. 학부와 대학원 때 내렸던 나의 결정과 선택의 결과였다. 내가 처했던 환경은 나의 결정과 선택을 이끌어냈고, 이것들은 다시 내가 처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것 역시 창조주의 계획 가운데 있었겠지만. 연애에 대해 10-20대 때 무관심했던, 어쩌면 애써 외면했던 나는 서른둘이 돼서야 관심을 가지게 됐다. 서른두 살의 나는 스무 살의 나에게 물었다.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그 당시에 했던 생각과 결정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삶에 있어서 필요한, 자연스럽게 다뤄져야 할 영역의 경험치 내지는 능력치가 극단적으로 없었다. 게임 캐릭터처럼 내 인생을 경험치/능력치로 놓고 보면 연애 쪽은 레벨 제로. 밸런스는 붕괴돼 있었다. 그러니 이전 선택들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서른두 살의 나는 누군가를 만나야 했다. 이전에 시도했다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것을, 이전보다는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으로 몇 배의 노력을 들여 만나기를 시도해야 했다. 그 노력은 다음 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지인들의 소개 

나보다 마음이 더 조급하셨던 부모님은 자신들의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소개를 시켜주셨다. 또, 나를 긍휼히 여긴 친지들은 본인들 주변에서 믿을만한 가장 좋은 사람들을 소개해주셨다. 그러나 지인의 소개로 만나려다 보니 어째서인지 마음 한편이 무거웠었다. 이유인즉, 가장 크게는 소개해 준 주선자를 봐서라도 그 분과 잘돼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소개팅이 잘 안 됐을 때는 주선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든지, 또는 주선자에게 '잘 좀 해보지 그랬냐, 또 얼굴만 봤냐'는 둥 아쉬운 소리를 듣게 될 것 같았고 실제로 그런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핀잔을 듣게 되니, 소개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크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주선자는 나의 지인이면서 상대방의 지인이기도 하다. 상대방은 더 이상 안 만나더라도, 지인은 계속 만나게 될 사이이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

주선자가 지인이 아니고 결혼정보 회사의 매니저이다. 나의 프로필을 결혼정보 회사에 등록하면, 매니저들이 이를 보고 소개해주는 방식이다. 결혼정보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기독교인을 소개받을 수 있는 '크리스천 ㅁㅇㅌ'와 '그레이스 ㅁㄹㅈ'라는 곳에 각각 2 년, 1 년 간 가입하여 소개를 받았다. 선불제와 후불제가 있었는데, 전자의 경우 연간 150만 원가량의 가입비를 내고 거의 매주 소개를 받는 방식이었고, 후자의 경우 건 당 소개로 7-8만 원가량의 비용을 내고 간헐적으로 소개를 받는 방식이었다. 마음이 급했던 나는 모두 선불제에 가입하여 집중적인 소개를 받았다. 지인들의 소개로 인한 부담은 확실히 적은 반면, 어느 정도 확인된 사람인 데다, 나와 비슷한 정도의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나는 아내를 '크리스천 ㅁㅇㅌ'에서 만났다.


데이팅 어플

지인 소개도 한정적이고 결혼정보회사 선불 비용이 부담스러운 경우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주선자가 사람이 아닌 어플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다. 어플로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질 수 있는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플로 매칭이 되고 갑작스레 연락이 차단당한다든지, 나의 연락에 무응답(안읽씹)한다든지 하는 경우들이 상당했다. 기독교인 전용 만남 어플인 '크리스천 ㄷㅇㅌ'에서도 다수 만나보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소개팅을 하면서 받은 상처들이 꽤 있었다. 좋은 면을 더 보자면, 어플로 나를 어필해야 하므로, 예쁘고 멋지게 잘 나온 사진을 찍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겠지만, 모태솔로가 자신을 어필할만한 잘 나온 사진을 갖고 있기는 매우 힘들다. 어플 소개 특성상, 어플에 쓰는 자기소개 글보다도 사진으로 먼저 만남 여부가 결정된다. '서류통과'가 사진에서 먼저 결정되기 때문에, 자기 어필을 위한 '자기 계발'측면에서 데이팅어플 만한 것이 없다.  




아직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고집하는가?


30대 모태솔로. 왜 아직도 솔로인가? 코로나 19 방역규제도 풀렸으니 여러 모임에도 나가고 할 수 있을 텐데, 왜 아직도 솔로인가? 혹시 아직도 자만추만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이 소속된 조직이나 모임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시작으로 하여 연인관계로 발전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모된다. 모임에 여자만 있는가? 아니다. 같은 목적으로 오는 솔로인 남자들도 많다. 모태솔로가 일반 솔로들 속에서 원하는 이성을 만날 수 있을까?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가만히 둘까?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스토리'가 중요한가? 만남이 중요한가? 


짝을 만나기도 전에 자연스러운 만남 그 자체의 로맨스를 원한다면, 이는 주객이 전도됐다. 로맨스는 짝을 만나고 나서 둘만의 시간 속에서 평생 찍으면 된다.  


모든 만남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30대 모태솔로들은 남들이 다 가진 스펙 말고도, 자연스럽고 깔끔한 스타일과 외모, 풍기는 분위기, 상황에 맞는 대화법, 자기 어필 등등 추가로 갖춰야 할 기본소양들이 많다. 자연스러운 만남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인위적인 만남도 가리지 말고 만나자. 10-20대 모태솔로는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하다. 그러나 30대 모태솔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자연스러운 만남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마치 감나무 밑에 누워서 홍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20대 때는 혈기와 자신감으로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30대가 되면, 이미 연애 무경험으로 30년간 고착화된 나에게 스스로 갇히게 된다. 이것을 이겨내는 방법은 인위적인 만남뿐이다. 소개가 들어오면 그저 감사함으로 받자. 오히려 인위적인 만남으로 '연애시도 경험치'가 쌓이면,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뭐라도 하자. 

자연스러운 만남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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