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위기인 듯 한 기회
소개팅을 하다 보면 다음 질문들을 종종 받는다.
연애 스타일이 어떻게 되세요?
연애는 얼마나 하셨어요?
마지막 연애는 언제세요?
그런데 모태솔로는 위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 연애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실은 감춘 채, 연애를 한 번이라도 해본 것 같은 바이브를 풍기며, 위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모태솔로는 없다. 어찌어찌 없는 얘기를 지어낸다 하더라도, 금방 들통나게 된다. 왜냐하면, 모태솔로는 이성 앞에서 특유의 '뚝딱거림'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 앞에서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편하게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이성 앞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며 종종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반응을 빨리 알아챌 수 있는 센스라도 있는 사람은 상대방의 눈치를 살펴가며 나의 말과 행동을 제어한다. 그러나 이성을 많이 만나보지 못한 모태솔로에게는 이 것 역시 쉽지 않다.
이성 앞에서 뚝딱거리는 모습이 없는, 모태솔로 티가 나지 않는 모태솔로는 많지 않을 것이다. 모태솔로 티가 난다는 말은, 이성을 대하는 것이 어색하고 서투르다는 의미이다. 상대 이성이 그런 모습을 흥미 있어할지는 몰라도, 웬만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상, 이것이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기란 매우 어렵다. 모태솔로 티를 빨리 벗어내고 이성을 대할 때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이것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경험이 없는 모태솔로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수 십 번의 소개팅을 해오면서 위 질문들을 받을 때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상대 이성에게 얕보이지는 않을지, 상대가 안 좋게 보지는 않을지와 같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위 질문들에 답하기 이전에, 연애 경험이 없는 나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했다. 스스로 이 말을 제일 많이 되뇌었다.
모태솔로가 뭐 어때서
모태솔로가 연애를 시작하기 앞서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꼽고 싶다. 스스로 모태솔로라는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젖어 위축되는 것이 이성을 만나기 전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적이다. 이것은 타인에게 부정적인 시그널로 전달되어, 두 번 이상 만나고 싶지 않게 만든다. 나의 외모가 어떻고, 가진 것이 어떻고를 떠나서, 스스로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와 같은 마인드 컨트롤로 무장한 상태로 이성을 만나야, 연애 경험이 있어야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에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다음같이 답할 수 있다.
저는 사실 연애 경험이 없어요
이렇게 말했을 때 상대 여성의 반응을 잘 살펴보자.
Case 1. 아 진짜요? 몰랐어요. 왜요? 왜 연애 안 하셨어요?
소개팅을 할 때, 상대 여성에게 '모태솔로인 거 몰랐어요'라는 말을 듣는 것은 모태솔로에겐 최고의 칭찬이다. 상대 여성이 위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면, 지금까지 나의 모습에서 모태솔로 특유의 어색함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타이밍은 나의 인생관, 가치관, 살아온 배경 등 진솔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된다. 즉, 대화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게 되고, 나를 어필할 기회가 된다는 뜻이다. 20대 모태솔로와는 달리, 30대 모태솔로는 상대적으로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만남보다는 보다 진지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성을 만난다. 따라서 위와 같이 어느 정도 무게감 있는 이야기가 상대 여성에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될 수 있다.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그러나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된다. 즉, 연애 경험을 묻는 질문들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된다. 상대 여성은 당신이 모태솔로라는 사실을 잊고, 당신의 진지함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Case2. 아 진짜요? 아..
말을 잇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며 어딘가 동정하는 듯하고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덤이다. 이는 대부분 부정적인 시그널이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기도 하나, 이 경우 이미 이성에게 감점된 상태로 말하게 되는 것이므로 마음에 너무 담아두거나 장황하게 변명같이 할 필요는 없다. 매 시간 나를 드러내고 상대방을 알아가는데 최선을 다할 필요는 있으나, 상대의 반응에 주눅 들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사람 마음은 모른다.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더라도, 이후 당신이 한 말과 행동에 마음을 열고 다르게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더라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음 글에 다루겠지만), 말하다가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면, '30대 모태솔로의 장점'에 대해 어필할 수도 있겠다. 상대 여성이 위와 같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일 때는, 어쩌면 당신이 모태솔로라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 이미 그녀의 마음에 안 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니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당신이 모태솔로라는 사실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리 쫄지 말자.
나는 위 두 경우를 모두 겪어봤다. 70번가량의 소개팅 가운데, 초반에는 Case 2와 같은 반응을 많이 겪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Case 1과 같은 반응을 많이 겪었다. 아무리 이성에 대한 경험이 없는 모태솔로라도, 수 십 번의 소개팅 속에서 배운 것들이 많다. 그리고 앞선 실패의 경험들은 나를 단련하고, 이성 앞에서 내가 해야 할,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을 알게 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소개팅을 통해 만난, 지금의 아내는 내가 먼저 언급하기 전까지 내가 모태솔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 입장에서는 나와의 첫 만남에서 연애 전까지 모태솔로인 나의 어색함을 발견하지 못했고, 내가 모태솔로라는 것을 말했을 때도 그 사실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30대 모태솔로가 돼서, 모태솔로가 뭐 어때서!라고 외칠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이 아직은 30대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는 지금까지 깊이 있게 살아온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로 상대 여성을 초대하자. 그 문을 열면, 함께할 미래가 그려지도록.
#30대모태솔로 #모태솔로가뭐어때서 #30대모태솔로지만괜찮아 #오히려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