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모태솔로의 장점
모태솔로의 특징 말고
서른이 넘어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소개팅을 시작할 때 즈음, 나는 서른이 넘어서도 모태솔로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동안 왜 연애를 한 번도 안 했어요?'라고 물어보는 상대 소개팅녀의 질문이 들어오지 않도록 대화를 잘 유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연애 한 두 번 해봤다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소개팅 초기에는 이런 질문이 들어올 때 적당히 둘러댔다. 대학생 때는 신앙생활 하느라 연애를 안 했고, 대학원 때는 연구하고 졸업하는데 집중하느라 연애를 안 했다는 핑계가 제일 만만하고 그럴듯했다. 그럼 대부분 소개팅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태솔로인 게 부끄러운 일인가?
내가 30대 모태솔로라는 사실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10-20대 때 연애를 하지 않은 것이 왜 부끄러운 것인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 나이대에 단지 연애를 선택하지 않고 다른 것에 나의 삶을 집중한 것일 뿐이다. 다른 누군가를 만나기 이전에, 나는 내가 선택하고 살아온 인생에 당당해야 한다. 스스로의 삶에 당당하지도 않은데 상대방이 이를 좋게 봐줄 리가 없다. 30대 모태솔로인 이유를 적당히 둘러대며 변명처럼 말할 것이 아니라, 매우 진지하게 공을 들여 말해야 할 것들이다. '그동안 왜 연애를 한 번도 안 했어요?'라는 질문은 30대 모태솔로에게는 위기이나, 이 질문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지금껏 밟아온 나의 삶의 여정을 진지하게 말해줄 기회가 되는 것이다. 상대 여성은 이러한 진지한 모습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30대 모태솔로라는 사실에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자. 그러려면 30대 모태솔로로서 상대 여성에게 어필할만한 장점을 알 필요가 있다. 30대 모태솔로를 만나면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있다.
30대 모태솔로의 장점
첫째. 10-20대 때 연애와 맞바꾼 시간 속에서 이루어놓은 것이 있다. 10-20대 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당시에 자신이 선택하고 집중한 것들이 현재 30대의 나 자신을 만들었다. 30대가 돼서도 모태솔로인 이유는, 10-20대 때 연애를 포기하고 다른 무언가에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가 자신의 전문 분야나 직업적인 부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는 경제적인 능력과 직결되므로, 이성을 만날 때 좋은 어필이 될 수 있다.
둘째. 이러저러한 과거가 없다. 연애 경험이 없어서 이성과의 추억은 없으나, 반면에 연애에 대해서는 백지상태라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성과의 과거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가 과거에 얼마나 많은 연애를 했으며, 이성 관계가 복잡한 사람인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셋째. 연애에 대한 상처가 없으므로 건강한 연애를 시작할 수 있다. 남녀관계에서는 무수한 감정과 상황이 오가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상처의 정도가 깊은 경우는 그 마음과 감정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어떤 연유에서든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에게 비정상적인 요구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힘들게 하는 연애가 돼버리는 것이다. 모태솔로는 최소한 연애에 있어서 받은 상처가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상대방에게 분명 좋은 점이 될 수 있다.
넷째. 주변에 치근덕대는 이성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변에 이성이 없다는 것은 모태솔로인 본인에게는 이성을 만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소개받아 만나는 이성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다. 왜 30대 까지도 모태솔로인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주변에 이성이 없을 것이라는 안정감을 심어준다.
다섯째. 30대 모태솔로와 연애를 할 경우 새로운 추억을 쌓아갈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다른 이성과의 추억이 없으므로, 이성 입장에서는 자신과 만의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것이다. 30대의 모태솔로는 연애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모습이자, 이성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다. 당연히 연애에 있어서 서툴 수밖에 없으나, 반대로 새로 길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우개로 지운 흔적 없는, 찢어지거나 접힌 흔적 없는 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여섯째. 누군가를 만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도 간절하고 진지하다. 30대 모태솔로는, 20대 모태솔로나 30대 연애 유경험자보다 연애에 있어서 누구보다 간절하다. 간절하면 진지하게 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진지함은 좋은 태도다. 사람을 가벼이 보지 않고 진중하므로, 진국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위의 것들을 요약하면, 30대 모태솔로는 상대 이성에게 경제적 안정감, 심리적 안정감, DIY 가능성 등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신비감은 덤이다. 위의 것들은 30대 모태솔로를 만나고자 하는 이성에겐 확실한 장점으로 어필될 수 있다.
소개팅 전이든 소개팅 중간이든 이성을 만나다 보면 내가 30대 모태솔로라는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러나 위의 장점들을 잘 알고 있으면 30대 모태솔로라는 사실에 스스로 주눅 들지 않아도 된다.
설령 내가 모태솔로라는 사실에 상대방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해도, 과거 자신이 연속으로 한 선택에 후회하지는 말자. 스스로에게만큼은 당당하자.
30대 모태솔로. 당신은 긁지 않은 복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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