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게 된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방영했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 시청은 내 삶의 낙이었다. 대학원생으로서 연구하느라 바쁜 상황 속에서도 [짝] 시청은 빼먹지 않았다. [짝]은 막연히 연애는 하고 싶으나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모태솔로였던 나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시켜준 프로그램이었다. [짝]이 폐지되고 나서는 한동안 재미없는 삶을 살았다. 연애를 하면 될 텐데 당시 나는 연애할 생각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짝]의 후속으로 [나는 SOLO]가 방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리고 든 생각.
이제 연애공부 할 수 있겠다
내가 30대까지 모태솔로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연애를 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인식/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삶에서 마주치는 어떤 것도 공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여기면, '연애공부'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말은 아니다.
[짝]을 시청할 때는 연애공부 목적이 아닌, 단지 재미로만 봤다. [짝]으로 연애공부를 할 생각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그 당시에는 대학원 연구를 하는 가운데 해야 할 공부들이 많았다. 연애까지 공부하기에는 내 용량의 한계였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나서, 연애를 시작할 환경과 마음이 어느 정도 준비된 시점에서부터는 [나는 SOLO]를 방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위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연애를 해보지 않는 이상 연애 자체를 공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하기 전, 연애공부를 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아니, 누구든 어떠한 형태로든 연애공부를 했을 것이다. 연애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책을 포함하여, TV, 유튜브 등의 영상들을 통해 연애에 관해 접할 수 있다. 연애를 접할 수 있는 세 가지 루트를 살펴보자.
서점에는 연애에 관해 기술한 책들이 많이 있다. 연애 고수/전문가가 알려주는 연애 기술이나 방법서들은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책을 들춰보게 만든다. 연애를 많이 해본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어놨기 때문에 이러한 책들을 통해 복잡한 남녀의 심리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연애를 이렇게 접하는 것은 모태솔로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연애의 기술/방법 등에 관한 책은 연애를 하고 있거나 연애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모태솔로들에게는 연애스킬/잔기술보다 이성 앞에 섰을 때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이 더 필요하다.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말은,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모태솔로를 묘사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되었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 책으로 배운 연애를 실제 연애에서 잘 써먹을 수 있는 모태솔로가 과연 얼마나 될까? 연애를 책으로라도 배운 모태솔로는, 책조차로도 배우지 않은 모태솔로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모태솔로에게는 책으로 배우는 연애가 효과적이지 않다. 연애에 '대해' 알 수 있을지언정, 텍스트를 통해 연애 자체를 알기는 어렵다. 책은 그러한 의미에서 모태솔로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유튜브 영상들을 통해 책보다도 쉽게 연애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텍스트가 아닌 영상 기반이므로, 보다 생생한 공부가 가능하다. 연애 기술, 소개팅 기술 등 연애에 관한 수많은 콘텐츠들 중에서도 모태솔로들을 위한 콘텐츠들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유튜브는 모태솔로들에게 좋은 '연애 매니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유튜브에는 흥미만을 유발하는 짧은 동영상이나, 설명하는 콘셉트/상담하는 위주의 콘텐츠들이 많다. MZ세대를 겨냥한 연애 웹드라마 같은 것들도 접할 수 있는데, 모든 것에서 배움을 얻겠다는 마인드라면 상관은 없으나, 낯간지러운 상황이나 풋풋한 느낌의 연애를 보여주는 류의 콘텐츠들은 모태솔로들에게는 크게 도움 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설명/소개하는 콘텐츠들은 유익하다. 예를 들면, '소개팅시 주의해야 할/꼭 해야 할 점', '소개팅시 ~하는 법' 등, 관련한 노하우들을 자주 접하여 체화시키면 좋다. 실제로 소개팅을 위해 유튜브를 통해 '대화법', '코디법' 등을 자주 챙겨봐서, 무의식 중에 몸에 배도록 했다. 특히, 모태솔로로서 소개팅에 생각이 있다면, 이러한 방법 및 노하우에 대한 콘텐츠들은 미리미리 챙겨봐 두면 좋다. 그리고 소개팅하기 바로 전에 리마인드 차원에서 짧게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책 및 유튜브의 연애 콘텐츠는, 연애에 '대한' 콘텐츠에 가깝고, 연애 관련 TV 프로그램은 연애를 직접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보다 연애 자체에 가깝다. 물론 방송을 위해 연출되고 편집된 장면들이 있지만, 그 마저도 연애를 보다 생생하게 그려내기 위한 행위다. TV 프로그램을 연애공부에 활용하기 좋은 이유는, 타인의 실제 연애를 보면서 케이스 스터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녀관계에서 내가 직접 처한 상황은 아니나, 다른 사람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나에게는 모두 학습거리다. TV 연애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남녀의 모습에서 그/그녀가 잘했든 못했든, 잘했으면 그러한 모습을 배울 수 있는 것이고, 못했으면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그리고 게스트들이나 진행자들의 반응들, 상황설명등을 통해 관련한 내용을 정리할 수도 있다. 또, 주기적으로 방송하므로, 지속적인 연애학습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연애를 하고자 하는 마음, 또는 그 감각인 '연애세포'도 유지할 수 있다.
연애 관련 TV 프로그램들도 콘셉트가 다양하다.
돌싱글즈 : 이혼 경력이 있는 돌싱의 연애
환승연애 : 연애에 지쳐있거나 연애에 문제 생긴 남녀의 연애
결혼 말고 동거 : 결혼 전, 결혼 대신 동거를 통한 남녀의 연애
하트시그널 : 꽁냥 거리는 남녀의 러브라인 심리추리 및 분석
일단 위 프로그램들은 주요 출연자들이 돌싱, 연애에 문제 있는 커플, 동거 커플들이라는 점에서 모태솔로들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하트시그널'같은 경우 출연자들이 일반인들이나,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연상되는 외모나 스펙을 가진 일반인들이었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면에서 다른 평범한 일반인들조차도 공감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위 연애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나는 SOLO]는 정말 평범한 일반인 출연자들의 연애를 보여준다. 5박 6일가량의 합숙생활을 통해서 매칭된 커플은 해당 기수가 종료된 이후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나는 SOLO]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정확히는 연애하기 전 남녀의 썸 타는 모습들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SOLO]는 모태솔로에게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모태솔로는 연애는커녕 썸도 어렵다. [나는 SOLO]를 통해 어떻게 썸을 타게 되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나는 SOLO]는 참가자 모집 면접할 때부터,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참가하게 됐는지부터 보여준다. 다수의 일반인 남녀 출연자들이 처음 나와서 긴장하고 떨려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상황인 양, '대리 떨림'을 느끼곤 한다. 남녀가 처음 모습을 보고 설레하며, 눈빛을 주고받거나 시선이 머무르는 장면이 기가 막히게 클로즈업되면, 사람은 다 똑같다 생각이 든다. 자기소개를 하고 장기자랑을 하며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장면들을 보면, 나는 어필할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돌아보고, 부족한 것은 계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이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음을 담아 편지도 쓰고, 아침에 그/그녀만을 위해 요리도 해주고, 특별한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한다. 동성 간에 경쟁자가 되기도 하고, 동성 간 관심 있는 이성이 다른 경우에는 서로에게 정보도 알려주며 조언을 주기도 한다.
[나는 SOLO]에는 정말 다양한 감정선들이 나타난다. 하루가 다르게 희로애락의 상황이 바뀐다. 한 사람만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자기만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도 있고, 그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매력 없을 것 같은 사람도 의외의 모습으로 매력을 발산하여 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고, 모든 사람에게 인기 있을 것 같은 사람도 계속 말실수를 해서 이성의 호감을 떨어뜨리는 사람이 있다. 첫날 인기 있던 사람이 마지막에는 솔로로 나간다든지, 첫날 인기 없던 사람이 마지막에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상황들을 통해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나는 SOLO]다.
[나는 SOLO]의 이러한 특징들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나는 SOLO]는 타 연애 프로그램과는 달리 수수하고 풋풋한 매력은 기본이고 복잡한 심리관계 속 반전도 있고 감동도 있다. 모태솔로에게는 이러한 [나는 SOLO]가 가장 좋은 연애 교재라 할 수 있다. [나는 SOLO]의 모든 상황과 순간이 배움의 순간이다. 그러려면 상황에 이입해야 하고, 연애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자신이 가진 것과 필요한 것을 돌아보게 한다. 나를 알고 계발해야 할 것들이 보이면서 자기 계발을 해나가다 보면, 연애 무경험에 대한 자격지심도 줄어들 것이다. 연애 간접 경험들은 연애를 시작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나는 SOLO]가 연애공부에 좋은 것은 비단 모태솔로뿐만은 아니다. 연애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연애를 쉬고 있는 이들에게도, 연애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나는 SOLO]는 좋은 친구이자 조언자다. 아직 [나는 SOLO]를 보지 않은 모태솔로남이라면, [나는 SOLO] 12기(모태솔로 특집), 17기(모든 기수 통틀어 사랑꾼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준 상철이 형 출연)를 꼭 보길 권장한다.
모태솔로가 [나는 SOLO]로 연애공부하기 좋은 이유를 정리하면,
첫째. 일반적인 출연자들을 보며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연애를 시작하기 전 썸 타는 것을 간접경험할 수 있다.
둘째. 구체적이고 다양한 상황들이 많아서, 나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셋째. 진행자들이 중간중간 상황도 설명하고 평을 해주면 남녀심리가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된다.
넷째. 인기 없을 것 같은 사람도 매력이 있고, 인기 있을 것 같은 사람도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의 매력은 다 다르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다섯째. 이거 저거 다 떠나서, 재밌다.
연애를 원하는 모태솔로가 연애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나는 SOLO]에 나가서 짝을 찾아보자. 그게 부담스럽다면, 매주 [나는 SOLO]를 챙겨보면서 공부하자. 타인의 연애를 통해 타인을 알게 되고, 타인을 알아가면서 자신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게 [나는 SOLO]로 연애를 배울 때의 최대 장점이다.
#연애 #연애에세이 #모태솔로 #연애공부 #나는솔로 #나는SO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