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지 않은 MBTI
소개팅을 닥치는 대로 하던 시기, 소개팅 어플이나 결혼정보회사에서 제공하는 이성의 프로필에서 종종 MBTI에 대한 내용을 보곤 했다. 본인의 MBTI를 공개하며, 특정 MBTI를 가진 이성을 찾는 식이었다. 그 MBTI가 아니면 연애할 생각이 없다는 이성의 프로필을 보며, 내 MBTI가 그 사람이 찾는 성격 유형인지 비교해 보고 희비가 엇갈린다. 여기에 프로필 외모가 마음에 들면, 머릿속으로 이미 결혼까지도 생각한다.
MBTI는 두 개의 태도 지표(외향 ↔ 내향 / 판단 ↔ 인식)와 두 개의 기능 지표(감각 ↔ 직관 / 사고 ↔ 감정)를 가지고 이들의 조합으로 16가지의 성격으로 구별한다. 요즘의 사람들은 이렇게 구별된 성격으로 본인과 타인을 비교해 보기를 좋아한다. 여기서 연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짝으로서의 이성의 MBTI가 어땠으면 좋겠다는 기준까지도 가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위 경우처럼 연애상대로서 특정 MBTI만 선호하게 된다. 보통 이런 경우는 연애를 좀 해 본 경우다. 본인이 어떠한 MBTI의 이성과 잘 맞는지를 안다는 것은 다양한 MBTI를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30대 모태솔로의 경우라면 어떨까? 연애경험이 없기 때문에 보통은 이성에 대해 선호하는 MBTI가 없다. 연애를 해봤어야 선호하든 비선호하든 할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 상대로서 특정 MBTI의 이성을 선호하는 경우라면 다음 경우 중 하나일 수 있다. Case1.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의 경험이 많거나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 미래의 연애 상대로서의 MBTI에 대한 기준이 생긴 경우. Case2. SNS나 유튜브를 통해 접한 'MBTI 연애 궁합'을 철석같이 믿는 경우다. 두 Case 중 더 나은 경우는 전자다. 후자의 경우는 누군가 만들어놓은(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는) 궁합표만 보고 이성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제대로 만나보지도 않고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거나 보는 눈이 있다는 측면에서 전자의 경우가 후자보다는 좀 더 낫다. 그러나 Case1의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선호하는 MBTI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0대에도 모태솔로로 남지 않으려면 30대 모태솔로는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봐야 한다. 더 이상 10대나 20대 모태솔로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점점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그래왔다면 앞으로도 그렇다.) 따라서 최대한 본인이 선호하거나 비선호하는 까다로운 영역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선호하는 성격을 내려놓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MBTI는 '성격유형 검사 결과'이지, 성격이 아니다. MBTI에 의하면 모든 사람의 성격을 16개의 틀로 정의한다. MBTI 결과를 보면 내가 생각하는 성격과 잘 맞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고, 긴가민가한 부분도 있다. 사람의 성격은 천차만별이고, 자라온 환경과 처한 상황에 따라 성격이 다를 수 있다. 더구나 사회 안에서 업무/일상적으로 만나는 이들의 MBTI와 연애상대로서의 MBTI는 다를 수 있다. 사람의 다양한 성격은 정형화되지 않았기에 16가지로 정의될 수 없다. 사람의 성격은 상대적이다. 특정 사회/집단/환경에서 어떤 성격이 더 강하게 드러날 수도, 더 약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성격은 겪어보며, 경험하며 알아가야 할 부분이지, 누군가를 만나기도 전부터 MBTI라는 도구로 먼저 거르지 말라는 의미이다.
연애를 하려면 일단 둘이 서로 좋아야 한다. "좋은 데는 이유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낄 때 자기와 비슷한 부분에서 끌리기도 하고, 다른 부분에서 끌리기도 한다. MBTI에서 어느 부분이 서로 비슷해서 끌렸다거나, 다른 부분이 달라서 끌렸다거나 하는 것은 남녀관계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MBTI가 같거나 달라서 서로 더 사랑하는 것일까?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데 MBTI가 영향을 크게 미칠까? 오히려 그 반대다. 서로 좋고 사랑하기 때문에 MBTI가 같거나 달라도 사랑하는 것이다. 같으면 같은 대로, 다르면 다른대로.
그렇다면 소개팅 전 또는 소개팅 중 본인의 MBTI 어떻게 나타내면 좋을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활용할 수 있다.
소개팅을 위해 어플이나 결정사에 자신의 프로필에 MBTI를 적는다면, 다음과 같이 상대방의 MBTI를 모두 포용하는 방향으로 적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면, "저의 MBTI는 ㅇㅇㅇㅇ지만 상대분의 MBTI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MBTI는 잘 안 보는 편이고, 만나서 대화하면서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와 같은 식이다. "MBTI ㅇㅇㅇㅇ인 분 선호해요"와 같은 말보다 훨씬 성숙해 보인다. 어떤 성격유형이든 다 포용해 줄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으며, 모나지 않은 둥근 성격의 이미지를 풍긴다. 특정 MBTI를 선호하는 모습은 10대, 20대 때나 어울린다. 30대에게는 보다 성숙한 모습이 요구된다. 혹시 모른다. 상대방이 내 프로필의 MBTI를 보고 그냥 넘어가려다가도 위와 같이 성숙한 태도와 진지한 모습을 보고 나에게 넘어올 수 있을지도.
소개팅시 자신의 MBTI를 나타낼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어떤 MBTI든 성향이 매우 강한 부분이 있을 때는 강한 MBTI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드러내더라도 완화해서 표현하는 것이 좋다. 특정 MBTI 성향이 강하다는 것은 일단 고집스럽고 까다로울 확률이 높다. 특정 MBTI를 고집함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게다가 고집스럽고 까다로운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더더욱 없다. 강한 MBTI를 드러내면 애프터 가능성만 날릴 뿐이다. 본인이 MBTI 검사했을 때 어떤 성향이 강하게 나온다면, 상대방에게 자신의 MBTI를 드러낼 때 다음과 같이 최대한 유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이 부분은 성향이 조금 높은 편인데, 어떤 상황에서는 반대 성향이 나오기도 해요. MBTI는 그냥 숫자일 뿐, 나의 모든 모습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MBTI를 맹신하여 성격을 단정 짓는 말보다 훨씬 멋진 말이다. 이 말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의 다른/다양한 모습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신비감도 줄 수 있다.
연애 상대로서 가장 인기 있는, 연애에 유리한 MBTI는 ENFJ라고 한다. ENFJ형 사람은 보통 외향적이고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며, 대체로 리더십이 있다. 그렇다면 소개팅에 유리한 MBTI가 있을까? 여기서 '소개팅에 유리하다'라는 말은, 소개팅시 성격적인 부분이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으며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상대방에게 어필이 된다는 뜻이다. 소개팅에 유리한 MBTI는 사실 어떤 특정 MBTI를 콕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다. 대신 어떤 MBTI든 성향이 강하지 않은 MBTI가 소개팅에 유리하다. 그러니까 MBTI의 모든 부분이 고루 중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두루 균형 잡힌 성향의 사람은 상대에게 잘 맞춰줄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었다고도 볼 수 있다. 소개팅시에는, 특히 성격적인 부분에서 어느 하나가 눈에 띄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부분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본인의 MBTI가 적당히 균형을 유지하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결국 본인을 돌아보아야 한다. 성격적인 부분에서 모난 곳은 없는지. 어떤 특정한 영역에서 특이한 구석이 있어서 이성으로 하여금 연애를 주저하게 할 만한 영역이 있지는 않은지. 고칠 것은 고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자. 이런 것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찌어찌 연애를 시작한다 해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30대는 이러한 부분들은 스스로 돌아보고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계획과 실행도 할 수 있어야 할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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