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얘기를 들려준다는 것
회사에서 배운 것을 하나씩 써보려고 하다가
나의 채용 경험을 첫 번째 주제로 골랐다.
(최근 다른 분의 채용 고민에 대해 조언을 드린 적도 있고 해서 가장 쓰기 쉬운 주제라고 생각했다.)
나는 회사에서 채용을 꽤 많이 해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몇천 명의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몇백 명과는 인터뷰를 해보았던 것 같다.
(철저히 나의 경험에 근거하긴 하지만, 표본의 수가 늘어날수록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분명히 합격하는 사람과 불합격하는 사람은 차이가 있다.
채용 단계를 걸쳐서 보았을 때 대부분 아래의 프로세스를 따라간다.
서류 심사 → 실무 면접 → 임원 면접 → 최종 합격
입사의 기술 시리즈에서는 이 프로세스에 따라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고 한다.
오늘은 서류 심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다.
수능 문제를 풀 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문제를 풀어야 된다는 얘기를
여러 선생님들께서 하신다. 입사 과정도 이와 똑같다.
출제자(채용공고를 올린 사람)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탈락이 되기 마련이다.
(가끔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면 없는 TO를 만들어서 오기도 하긴 하지만...)
왜 사람을 뽑는가? 여기서부터 시작해 볼 필요가 이다.
답은 간단하다. 일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 하고 있는/추진하는 일을 "대신" "잘" 해 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채용공고는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나 상관없이) 기존 인력들로 일을 하다가
1) 한 사람이 할만한 분량의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우 혹은
2) 새로운 전문성이 필요하여 기존의 인력으로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이 되는 경우
내부 상급자를 설득하여 채용 공고를 낸다.
그 말인즉슨, HM(Hiring Manager)가 채용 공고를 올리는 건 거의 할 일이 정해져 있을 때이다.
그 할 일을 써주는 곳이 Job Description이다. 흔히 말하는 출제자의 의도는 여기에 있다.
따라서 우리의 답(이력서, 포트폴리오)은 Job Description에 맞는 대답이 되어야 된다는 말이 된다.
예시를 들어서 살펴보자.
(어떤 회사의 콘텐츠 마케터 채용 공고를 가져왔다.)
여길 보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개략적으로 알 수 있다.
(굉장히 잘 써진 Job Desciption이다.)
유저 전환을 목적으로 일을 한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영상만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다른 팀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의 분석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현재 마케팅팀에서는 아래의 상황 중 하나일 것이다.
1) 기존에 이를 담당하는 마케터가 퇴사를 했다.
2) 이미지/키워드 중심 신규 회원 가입 캠페인의 효율이 나오지 않아서 영상으로 시도를 한다.
3) 영상 캠페인의 성과가 좋아서 이를 확장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JD가 올라왔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이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이력서이고 포트폴리오가 되어야 한다.
물론 위의 출제자의 의도를 한 방에 해결해 주면 제일 좋다.
기존에 영상 캠페인으로 단기간에 신규회원 n만 명을 저렴한 비용으로 가입시킨 사례가 있다면
우리의 답은 이를 중심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하루 10만 명을 가입시킨 영상 마케터"라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경험을 작성하는 것이다.
물론 위의 케이스는 베스트 케이스이다.
99%는 이런 경험이 없을 거고, 유저 전환을 영상으로 해본 경험이 없을 거라
다른 사례로 나의 역량을 검증하면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JD의 분해 + 유사 사례를 통한 나의 자격 검증이다.
위에서 파악한 내용을 다시 가져와서 살펴보자.
유저 전환을 목적으로 일을 한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영상만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다른 팀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의 분석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해당 JD와 매칭할 수 있는 경험이 없다면,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들을 통해 간접 경험을 기술해야 한다.
(만약 이 마저도 안 된다면 아예 나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찾거나,
새로운 경험자산을 쌓을 수 있는 회사 내 프로젝트를 찾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 낫다.)
1) 목적은 신규 회원 가입 유치이다. 인플루언서 시딩이건 레퍼럴(초대 이벤트)이건 신규 회원 가입이라는 목적에 연관된 경험을 쓸 수 있으면 좋다.
추가로 만약 연관 경험이 있다면 나중에 면접에서는 이런 얘기를 곁들이면 좋다.
내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회원 가입 유도를 이만큼 해보았는데, 이때 얻은 인사이트는 신규 가입의 핵심은 혜택이라는 것이었다. 가입 후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크게 했을 때 CAC (customer acquisition cost; 신규 유저 획득 비용)는 일부 높아질 수 있어도 LTV (lifetime value; 고객 평생 가치)의 상승분이 더 커서 오히려 LTV/CAC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 사실과 다를 수 있다.)
2) 광고 캠페인에서 활용되는 영상은 길어야 1분이다. 사실 초반 3초 안에 유저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바로 이탈이다. 짧은 영상 잘 만드는 사람을 선호한다. (여기서 행동 변화를 만들었으면 더 베스트이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중 쇼츠의 engagement rate(좋아요/댓글/공유 등의 비중)가 n%를 넘었다는 얘길 쓴다거나, 100만 조회 쇼츠를 n개 만든 경험이 있다면 프로젝트를 기술해도 좋다.
이런 경험 속에서 영상의 기획, 촬영, 편집이라는 과정이 잘 드러날 수 있는 프로젝트면 좋다.
3) 퍼포먼스 마케팅 환경에서 집행된다. 결국 이 환경이 어떤 환경인지 알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좋다.
이전에 퍼포먼스 마케터와 협업했던 이력이라던지, 매체를 집행해 본 이력이 있으면 관련 프로젝트를 적어주는 것이 좋다.
4) 영상 제작자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마케터를 뽑는 포지션이다. 마케팅이 익숙해야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렵지 않다. 문서 중간중간에 마케터들이 쓰는 용어들이 자연스럽게 위치해야 이 사람은 마케터구나 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마케터들이 제일 많이 하는 건 문제 정의 - 가설 수립 - 실행 - 분석의 사이클이다. 이 과정이 눈에 보일 수 있도록 드러나는 프로젝트를 적는 것도 방법이다.
추가) 자격요건 마지막에 있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동료의 의견을 오픈마인드로 이해할 수 있는 분.이라는 얘기가 있는 건 조직 평가에서 상호 동료 평가가 있다는 얘기이다.
하나의 Job Description을 잘 파헤치면
그 팀이 처해 있는 상황, 원하는 지원자 등을 어느 정도까지는 파악할 수 있다.
그에 맞춰서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합격의 확률을 높인다.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력이라면 과감히 삭제해도 좋다.)
결국 정답에 가까운 답변에 도달하는 방법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있고 이건 Job Description 안에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 필요해요.라고 명시된 공고에
나는 이렇기 때문에 이런 일을 잘할 수 있어요.라고 답을 해줘야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나는 그 답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1차 서류를 통과하기 쉬워진다.
서류를 통과하려면 무엇을 써야 하는가? 에 이어
서류를 통과하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다음 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