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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Dec 03. 2024

분꽃이 피는 저녁


분꽃은 저녁마다

그날의 이야기를 피워냈다

붉고 노란 입술로

지나간 햇살을 모아

어둠 속에 불씨를 남기듯이


나는 한 발짝 뒤에서

분꽃이 그려낸 저녁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살짝 스칠 때마다

꽃잎은 무언가를 속삭였고

그 속삭임은

내 발목에 깃든 먼지를 털어냈다


그 꽃은 한낮의 햇빛을 버리고

저녁의 고요를 품었다

누구를 기다렸는지,

무엇을 품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분꽃이 피어 있던 자리에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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