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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Dec 18. 2024

꽃샘추위

작년 봄,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부드러운 햇살이 내 얼굴을 감싸고, 공기는 포근하게 내게 다가왔다. 나뭇잎은 바람에 살랑이며, 그 소리는 마치 봄이 그리움을 흘려보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공원은 서서히 따뜻해져 가는 계절에 물들어갔고, 나는 그 변화를 느끼며, 마음속에 편안함을 쌓았다. 그러나 그날, 이상하게도 바람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것은 단지 기온의 변동이 아니었다. 한순간, 겨울의 마지막 숨결이 내 얼굴을 스쳤다. 그 찬바람은 마치 내가 놓지 못한 모든 것들이 그 안에 서려 있는 듯했다.

나는 그때, 봄이 진정 다가온 것인지, 아니면 내 안에 겨울이 여전히 잔존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졌다. 바람이 지나가고, 얼굴에 닿은 차가운 공기는 여전히 겨울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꽃샘추위는 단순한 날씨의 변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놓지 못한 시간들, 떠나지 못한 그리움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며, 그 속에서 자꾸만 움켜잡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날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꽃샘추위가 다가오고 있는 사실을 무심히 지나쳤고, 자신만의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내가 놓지 못한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움이 여전히 내 안에 깊이 새겨져 있었고, 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자각했다. 꽃샘추위가 지나면 봄이 온다고 했지만, 나는 그 추위를 마주하면서도 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추위가 닿을 때마다 그리움은 다시 살아나, 내게 떠나지 않은 사람들, 지나간 시간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그 추위 속에서 나는 그 기억들을 붙잡고 있었다.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지며, 벚꽃이 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공원에서도 나는 그들 사이에 빠져나갈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 해의 꽃샘추위는 나에게 그리움의 끝이 없음을 알려주었고, 시간이 지나면서도 그 추위는 내 마음 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공원은 봄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겨울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겨울은 떠나지 않았고, 그리움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사람들이 봄을 즐기며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는 동안, 나는 그 온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꽃샘추위는 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고, 나는 그 추위 속에서 또 한 번 봄을 놓쳐버린 기분을 느꼈다.

그때, 나는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이 겨울을 완전히 떠나보내지 않으면, 그 어떤 봄도 내게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꽃샘추위는 날씨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놓지 못한 그리움, 떠나보내지 못한 시간들을 상징하는 추위였다. 겨울을 떠나보내기 위해서는, 그 모든 감정을 놓아야만 했다. 내 안에 남아있던 그리움은 그 추위 속에서 점점 더 커져갔고, 나는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추위는 지난 해의 봄을 어떻게 맞이할지 몰랐다는 나의 불안함과 망설임을 비추는 신호였던 것이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는 마침내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그러나 그 추위 속에서 내가 놓지 않으려 했던 감정들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그 추위는 끝내 내게 겨울을 보내고, 그리움을 놓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도, 그 추위는 내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그것은, 겨울을 완전히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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