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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Dec 21. 2024

봉선화


가을의 숨결이 들려오는 길목
봉선화는 그 발자국을 따라
조용히 피어난다
붉은 꽃잎은 이제
세상의 모든 색을 묻고
그 자리에 새겨진 시간을 안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람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목소리처럼
우리가 지나온 자리에 남은 흔적들을
몰래 덮어주며
그 땅을 다시 돌려놓는다
아무 말 없이
그저 그렇게


붉은 봉선화
그 모든 여정을 혼자서 걸어간다
어쩌면 그 꽃이 우리의 기억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끝을 찾지 않으려는 마음이
또 다른 시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시작은
언제나 미완성으로 남아
길 끝에
조용히 또 한 번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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