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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Dec 21. 2024

잃어버린 나무 아래서


당신이 말했지

봄이 오면 함께 심었던 나무는

이제 어디에 있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어

그 나무는 가지가 없고

잎이 없고

뿌리조차 희미하거든


하지만 봐요,

그 그림자

지금도 땅 위에 떨어져 있잖아요

바람이 와도, 빗물이 흘러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아무도 보지 않는 낮에

저는 그 그림자를 만져요

마치 나무처럼,

마치 우리가 다시 함께 심을 수 있을 것처럼


우리는 왜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걸까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그림자가 아직

여기 있기 때문이겠지

당신의 손길처럼

나무가 아닌데도

나무 같아서


그리고 당신도 알겠죠?

그 나무는, 사실

여전히 우리 마음에

가지가 자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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