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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Dec 21. 2024

길목에서


나는 한낮의 계절을 걷는다

끝없이 뒤섞이는 풀잎 냄새

사라질 듯 너머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그녀는 말했었다

어디든 끝은 바람에 휘감긴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

그곳에서야 비로소

마음의 형태가 다 드러난다고


길이 끊기면

나는 멈추지 않고 손을 뻗는다

더 멀리 더 깊이

네가 지나간 흔적을 만지기 위해


손끝에 닿은 건

시간의 끄트머리

아직 식지 않은 온기


그녀,

그날도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겠지

지금 이 바람은

그때 우리가 나누던

숨결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는 너도 나도

같은 곳에 닿겠지만

지금 나는 여기서 멈춘다

눈을 감고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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