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낮의 계절을 걷는다
끝없이 뒤섞이는 풀잎 냄새
사라질 듯 너머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그녀는 말했었다
어디든 끝은 바람에 휘감긴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
그곳에서야 비로소
마음의 형태가 다 드러난다고
길이 끊기면
나는 멈추지 않고 손을 뻗는다
더 멀리 더 깊이
네가 지나간 흔적을 만지기 위해
손끝에 닿은 건
시간의 끄트머리
아직 식지 않은 온기
그녀,
그날도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겠지
지금 이 바람은
그때 우리가 나누던
숨결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는 너도 나도
같은 곳에 닿겠지만
지금 나는 여기서 멈춘다
눈을 감고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