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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Sep 26. 2024

나뭇잎이 스쳐 간 바람의 이름을 묻겠는가



때로는 노트북을 베개처럼 끌어안고 자고 싶은 날이 있다. 지쳤거나, 지나치게 지쳤거나 하는 날에는. 혼자 있는 집은 적막하거나, 고요하거나, 편안, 불안하기도 하다. 만사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고 하던가. 내가 느끼기 나름인 것을 누구에게 공감이나 이해를 강요하거나 바라지 않는 것이 맞을 터이다.



글을 대하듯 누군가를 대했다면 이렇게 혼자 남아 있을리는 없지. 성경이 읽는 대로 행해졌다면 오랜 시간 기도를, 아니 애당초 이런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키보드 자판에 다닥다닥한 소리가 몸에 와 들러붙어 내게 자리한다. 글은 분명 또한 삶의 목적은 분명 무언가를 짓는 것에 있지 않고, 무너뜨리기 위해 짓는 것에 있으리라. 육신이 가루가 될 것을, 흙이나 먼지가 될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며 짓는 것이 아닌 쓰러뜨리고자, 도미노를 세우는 마음으로 적는다.



공원에 몇 시간씩 하염없이 앉아 있는 것이 취미인 나는. 통장 잔고 상관없이 소주를 또는 소주를 외치는 나는. 비가 오는 날에 우산에게 감사, 대가리 박고 절부터 하는 나는. 치열하다.



하늘 위 구름이 동동 시리얼 마시멜로마냥 떠다니는 날에는 메모장과 볼펜이면 하루 재미지게 보낼 수 있는 나는. 모두가 잘되기를 바라며 그 모두에 내가 속하지 않는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정작 입을 떼지 못하는 나는.



문장에 힘을 주어라. 빠질 것 같은 눈알 위로 안경을 걸치고 마른 몸에 엉덩이를 두껍게 하자. 과몰입을 넘어 어떠한 경지에 발을 담가보자. 이것저것 따지기에는 나는 쓸 것이, 반드시 써야만 하는 것들이 넘치고, 내가 사랑하는 것과 곳과 식과 향과 끝으로 사람까지. 이곳 백지에 모든 것이 담긴다는 것이 실로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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