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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Oct 02. 2024

감사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오늘은 하루 종일 목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 무언가 하고 싶고,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옥죄었다. 주변 환경도, 내가 해야 할 일도, 온통 낯설고 무거웠다.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렸지만, 그 사랑이 논점을 벗어난 것들에 의해 산산이 흩어진다.



가을의 시작은 빗소리와 함께 나에게 소주 한 잔을 건넨다. 무작정 교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그 무언가가 되어가고, 연애조차 피로한 일처럼 다가온다. 계속해서 웃거나, 애교를 부리며 마무리하는 그 ‘어딘가’에 내가 서 있는 듯하다.



공짜 없는 인생이 어찌 무료할 수 있을까. 해야 할 일은 끝도 없고, 나는 그것을 미루는 성격도 아니다. 미룰 바에야 차라리 늦을 바에 ‘지금’ 해내려는 성향이다. 가보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겪어보고 싶은 일들이 이제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요즘 나는 그저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 큰맘 먹고 산 플레이스테이션5는 먼지만 쌓여가고, 밀리의 서재나,크레마24 또 성경책을 펼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글을 쓰는 것과 기도하는 시간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이미 무너진 무언가를 다시 쌓으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너진 것에서 감사함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나는 친절하고 겸손한 사람들을 사랑한다. 상대의 상투적인 대답에도 진심을 담아 “왜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하고 물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 그들의 진심이 나를 붙잡아준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뭐가 힘들어?”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스스로에게 대답한다. “고생했어.”



감사가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 날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그 하고 싶은 것들을 잠시 미뤄두는 오늘이 이어진다. 그 시간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겠지만... 요즘 나의 대화는 담배 연기마냥, 그 의미가 희미하다. 그저 내 열정을 다 쏟아내고 싶다. 날 태우고, 타오르도록.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대표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나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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