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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Sep 30. 2024

행복을 글로, 사랑을 삶으로



결혼식이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삶이 한데 엮이는 특별한 순간이다. 오늘은 선배 작가님의 결혼식이 있었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님, 글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써 내려가는 분이었다. 나 역시 글을 업으로 삼고 있었지만, 결혼식이라는 자리에서 후배 작가로 소개받는 순간 나는 참 어색했다.



사실 나는 이제 글보다는 광고를 쓰는 사람에 가깝다. ‘축가’ 외에는 결혼식에 참여한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오늘만큼은 작가님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며 그 순간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밥을 먹는 자리에서 작가님이 나를 남편에게 소개했다.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작가님과 과거를 떠올렸다.



한때 내가 ‘막내 작가’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엔 일에 치여 밤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많았고, 끝나고 나면 자연스레 술자리를 가졌다. 작가님은 소주에 물을 타 마시는 독특한 버릇이 있었고, 나는 그 소주를 물컵에 가득 따라 마시곤 했다. 우리는 닮은 점이 참 많았다. 생김새도 비슷했고, 따뜻하면서도 예민한 성격까지도 닮아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 점을 참 신기해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약 4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때 이후 작가님을 다시 만난 건 오늘이었지만, 어색함 없이 우리는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우리 관계는 시간이 지나며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때로는 약간의 거리가 서로를 더 끌어당기는 힘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때로 돌아가 보면, 나는 작가님 댁에 우산을 들고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프린트물을 비에 젖지 않게 하려 우산을 프린트물에만 씌운 채, 내가 흠뻑 젖어 도착했던 날. 얼마나 우스운 장면이었을까. 그때 나는 문서가 젖을까 봐 내 몸을 포기하고 문서를 지키는 일을 선택했다. 소파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내던 사무실도 기억난다. 나는 자료조사와 자막을 쓰는 법에 대해 배우고, 때로는 작가님과 다큐멘터리에 보며 ‘일 아닌 일’의 성격을 지닌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언어를 배우는 방식도 그때부터 참 독특했다. 가령, 어느 한 날은 ‘화장실은 위로 쭉 올라가서 2층 왼쪽에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보고 우리는 그 문장을 압축하고, 위트 있게 바꾸고, 더 상세하게 만드는 내기를 했다. 술자리라면 매번 더욱 그랬다. 글을 쓰고 또 배우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놀이 같았다. 


오늘 나는 작가님의 결혼식에서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자리에 서게 될까? 결혼이라는 순간은 과연 내게도 찾아올까? 나는 그런 날이 오면 울게 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으로 많은 질문과 답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중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시절의 나로 다시 돌아갈 자신은 없다. 그러나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내 모습이 자연스럽고, 그 자리에 안착한 듯하다. 그러니 오늘 결혼식에서 느꼈던 따뜻함도 글로 남겨야지. 나는 다시 글을 쓸 것이다. 글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내 삶을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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