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끝
바람이 닫힌 창문을 밀고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그 바람 속엔
누군가 삼켰던 오랜 한숨과
바스라진 꽃잎의 흔적이 얹혀 있다
“그래, 내 가슴속엔 달이 있어”
그 달은 매일 어둠을 품고도
빛을 내는 법을 잊지 않는다
나는 두 손을 모은다
기도란 어쩌면
내 속의 달이 기울지 않게
조용히 숨을 고르는 일
보이지 않는 빛이
내일의 어딘가를 비출 거라 믿는 일이다
여기, 풀잎 하나가 바람에 누운 채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다
작은 떨림이 말한다
오늘 내가 내딛은 이 걸음 하나가
아무도 모르게 기적이 되었다고
별 하나가 천천히 떠오르고
그 빛은 마음 틈새를 따라
희미한 빛줄기로 흘러내린다
나는 안다
작은 숨 하나가
얼마나 많은 어둠을 통과해야
이렇게 빛날 수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