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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종이의 노래

by 아무개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봅니다

귀뿌리를 스치는 바람 소리에도

당신의 숨결이 묻어나고


창가에 내리는 봄비는

당신의 발자국 소리로 들립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오후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의 미소가 스칩니다


어둠이 내린 골목길

가로등 불빛 아래

그림자는 둘이 되어

혼자만의 춤을 춥니다


당신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허공을 더듬다

문득 깨닫습니다

그리움이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빈 종이처럼

끝없이 펼쳐진다는 것을


달빛 아래 피어난

푸른 기억 하나

마른 잎처럼 떨어져

내 가슴에 새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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