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자락에 네가 서 있는 모습은 내게 가장 익숙한 풍경이다.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마주할 수 있는 너, 그런데도 나는 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언제나 설레고, 때로는 안도감을 주는 묘한 감정이다. 하루의 고단함이 너와 함께하는 순간 사라지는 것만 같다.
네가 없는 시간을 견디는 일은 너를 만나는 순간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어느새 너를 나의 전부로 여긴다. 내 삶에 깊이 스며들어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동시에 내가 흘리는 눈물과 내뱉는 짜증까지 너는 고스란히 받아준다.
내가 너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저 고마움 이상이다. 단순한 감사함을 넘어선, 마치 잊고 있던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은 듯한 느낌이 든다. 네가 내 곁에 있기에 나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 네가 아니었다면 내 삶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테지.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지키며, 때로는 이해하지 못할 감정에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킨다. 그래서 나는 네가 있는 이 순간이, 그리고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고 느낀다.
주변을 둘러보면,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설레는 기대와 긴장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반면, 이미 이혼한 친구도 있다. 그 친구는 사랑이 끝난 후에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려 애쓰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또 다른 친구는 새롭게 가정을 꾸리기 위해 다시 결혼을 결심했다. 그들을 보며 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가족과 선택한 가족, 둘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저울질한다면 나는 아마 후자에 기울 것이다. 내가 선택한 사랑, 내가 선택한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가정이야말로 나에게 진정한 가족이다.
때로는 가족이란 단어가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는 때로 나를 억누르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사람, 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억지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만들어가는 소중한 관계다. 결혼은 어쩌면 그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도 서로를 바라보고, 함께 걸어갈 길을 선택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선택을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
요즘 나는 이유도 없이 몸이 아픈 날들이 많다. 목과 어깨가 뻐근하고, 다리도 아프다. 허리가 찌릿찌릿할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진짜로 아픈 것은 몸이 아닌 마음이다. 쌓여가는 피로와 함께 마음 한구석이 점점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그런 날이면 소주 한 병을 꺼내 들고 홀로 술잔을 기울인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말을 해야 한다. 말은 나의 무기가 아니라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칼처럼 느껴진다. 그런 날들 속에서 내가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누군가의 농담에 피식 웃을 때뿐일 것이다.
농담은 진지함을 조금씩 무너뜨리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삶은 종종 너무 무거워진다. 그 무거움 속에서 농담이야말로 우리가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의자 같은 존재다. 나는 그렇게 농담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삶이란 어쩌면 그런 농담과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 진지하고 무겁게만 살기엔 인생은 너무 짧고, 가벼운 순간들조차 소중하다.
삶은 언제나 농담처럼 흘러간다. 농담 속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이 숨어있기도 하고, 때로는 진실보다 더 깊은 감동을 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의 순간들을 농담처럼 바라보려 한다. 그 안에서 진심이 스며든 웃음과 가벼운 한숨이 얽혀져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