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복 씨의 딸, 태연이가

하늘나라에 있는 아빠에게

by 태연

5월이 되면 아빠 생각이 나. 사실은 매일...
그리움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를 찾아오더라.
그저 이렇게 햇살이 부드러워지고,
나뭇잎 사이로 빛이 투명하게 흘러내리는 이 5월이면
‘우리 아빠는 이런 따뜻한 빛 속에서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에 문득 마음이 아려.

이제야, 정말 이제야
나는 아빠를 한 존재로서,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게 돼.
함께했던 시간 동안 아빠를 그냥 ‘아빠’라는 역할의 틀 안에서만 대했던 것 같아.
지금에서야 나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떤 빛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냈는지 조금씩 느끼게 돼.
비로소 효심 깊은 딸다운 마음이 피어난 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존재로써 자라난 걸까...

오늘은 아빠 생일이다.
석가탄신일 바로 전날.
그래서 난 매년 잊지 못해. 아빠 생일. 그리고 아빠를.
마치 세상이 해마다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아.
자연스레 아빠가 떠오르고,
그리움은 말없이 깊어지더라.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여기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
그냥 조용히 아빠를 마음에 품어.

그 그리움조차 이젠 더 그립거든.

어젯밤엔, 드디어
아빠의 사진을 주저 없이 바라볼 수 있었어.
영복 씨가 하늘나라로 간 지 3년이 지나서야.
그동안은 아빠 사진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조차
내 안에 무언가가 주춤거리게 만들었는데,
어제는 달랐어. 용기가 났어...
아빠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그리고 그 특유의 두툼한 손도...

다시 바라보다가
문득, 가슴 깊은 데서 ‘쿵’........
하고 전해지는 강한 온기를 느꼈어.
그건 분명히 아빠였어.

너무나 선명하게 나와 함께 있는 느낌으로.

아빠,
나는 여전히 아빠가 보고 싶고,
여전히 아빠를 사랑해.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빠는 내 기억 곳곳에 살아 있고,
내 삶의 흐름을 언제나 다정히 이끌어주고 있어.

내 글의 시작도 내 글의 영감도 모두 아빠 너야.
아빠의 죽음은 내게 너무도 아프고 애달팠지만,
그로 인해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
고마워, 아빠.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바꾸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자주 아빠를 꿈속에서 만나지만 난 더 선명하게 더 오랫동안 아빠와 함께하고 싶어.

이 또한 나의 욕심일까...

어제 꿈에선 내가 아빠한테 암을 미워하지 말고 사랑해 주라고 했어.

아빠가 죽고 나서야 뒤늦은 앎으로

지금이라도 아빠에게 알려주고 싶었나 봐.

다시 내가 그때로 돌아가면

지금의 나는 아빠를 살릴 수 있을까...

아빠가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떠나가게 할 수 있었을까...

다 떠내 보낸 지 알았던 죄책감과 미안함이

잔재들로 흩어져 무수히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

아빠가 떠나는 그 길을

좀 더 따뜻하게, 두려움 없이
함께 걸어줄 수 있었을까.
그건 아직도 내 마음 어딘가에 남은 질문이야.


당시의 나는
말로 다할 수 없는 혼란 속에 있었고
가슴 한편이 텅 비어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알게 됐어.

아빠는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는 걸.
그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여전히 내 곁에 머물고 있다는 걸.
아빠는 나의 생,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 있다는 걸.
그곳에서
가끔은 나를 내려다보며
“우리 딸, 참 잘하고 있다”
하고 미소 지어주고 있을 거라 믿을게.

언젠가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나는 나의 삶을
아빠가 응원해 주는 삶을
정성스럽게 살아갈게.

잘 지내고 있지, 아빠?

생일 진심으로 축하해.

— 아빠를 끝까지 사랑하는
영복이 딸, 태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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