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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

by 태연

어딘가에서 바람이 빠져나갔다

창은 닫혀 있었고,

문도 굳게 잠겼는데

숨이 그 자리를 먼저 알아채곤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마른 울음을 자주 삼켰다

말라붙은 꽃잎이 혀끝에 맺힐 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혀를 접는다


움직이지 않았다

무게도 없었고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것은 어딘가 앉아 있었고

이름 없는 자국이 되었다

한때 따뜻했음을

나는 증명해주지 못하기에

종종 벽지의 낡은 무늬를

눈으로 더듬는다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이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게

어쩌면 살아 있다는 증거일까


이따금,

익숙한 향 하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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