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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yimpact Jan 05. 2023

상실과 붕괴

헤어질 결심, 잘 헤어질 기회 


상실(5) 喪失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잃을 상, 잃을 실 

잃는 것에 대해 2번이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 상실. 오늘 '상실'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재정의해서 만났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나는나'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상실은 우리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나 우리가 집착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미지의 것으로 나아가게 해 준다. 짧은 기간에 심리적 성장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면 고통과 아픔이 너무 크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포기하는 것이다. (...) 자신이 고통받고 있음을 알아차린다면, 그것은 자신이 이제 앞으로 나아가 삶을 변화시킬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창업을 하고 가장 크게 다가온 변화는 '무수히 많은 변수와 무수히 많은 상실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없다. 또, 이전에 이어온 인연들과 이별하는 고통과 상실을 경험하면서 공허함을 느낄 때도 종종 있었다. 


책에서 '상실'에 대해 말해주는 문장이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나 집착하는 것들을 포기'하도록 도와주는 그런 빛의 부분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오늘 저녁에는 '헤어질 결심' 영화를 봤다. 많은 이들이 올해의 영화로 꼽은 영화 중에 하나였다. 벼르고 벼르다가, 오늘 같은 기분과 날씨에 딱이야 하고 틀었다. 


영화의 내용은 나에게 꽤나 불편했다. 수사관이 이성을 잃고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것도(대의적으로), 개인사로도 남편으로서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피의자 서래에 대한 깊은 관심, 연민 그리고 사랑을 느끼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덕적 잣대로 들이대려는 것은 아니지만, 과하게 몰입했던 것 같다. 


물론 영화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로 몰입감이 높았고, 연출 또한 감정선을 잘 보여주고 긴장감을 시각적으로나 음향적으로 잘 전달했다. 재미라기보다는, 피식 웃을 수 있는 위트로 정제된 표현(한국어가 서투른 캐릭터 덕분일 수도)과 스토리 전개상 스릴러가 가미된 로맨스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영화에서 이 단어가 등장한다. '붕괴' 


붕괴 崩壞

무너지고 깨어짐


무너질 붕, 무너질 괴

무너지고 무너지다. 마음을 품은 여인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무너지면서, 자신의 세계관마저 무너져 버렸다는 표현을 한 것 같다. 영화의 스토리가 개인적으로 별로였던 나는, 수사관 해준이 서래에 관한 진실을 알아가면서 '붕괴'되었다는 것이 내심 좋았다. 


그 붕괴로 두 사람은 헤어진다. (물론 나중에 다시 만나지만, 그리고 서래가 해준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쌓아서는 안될 것들을 무너뜨려주는 잘 헤어질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내 삶에 상실과 붕괴가 오면 앞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 거였어, 내가 집착했던 건지도 몰라. 내가 잘못된 걸 쌓아갔던 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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