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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yimpact Jan 15. 2023

무안함과 평안함 그 사이

찰나의 에피소드

나는 자폐장애인들이 만드는 베이커리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봉사로 돕는 차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많이 알릴 수 있을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본업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은 분명 아니었다. 좋은 마음만으로 시작한 무모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 자폐장애인을 아들로 두고 있는 대표님의 책 3권을 읽고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의 어려움과 자폐장애인들로 이루어진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아주 어렴풋이 가늠했을 뿐이다.


대학교 때 하트하트재단에서 1년 간 자폐장애인 청소년들의 운동지도 봉사를 맡았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아이들을 운동하도록 만드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행동과 말을 내뱉어서 당황하기 일쑤였고, 혈기왕성한 남자아이들은 본능적인 성 감각을 느끼고 싶어 할 때면 놀라 전문 지도사 선생님을 찾았다. 10여 년이 지나고, 자폐장애인들과 함께 산행 봉사를 하면서 예전 봉사활동 시간이 생각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대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은근한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자폐장애인을 잘 모른다.


오늘 교회에서 만난 범선 오빠에게 ‘안녕! 범선 오빠!’라고 했는데 그는 무응답 했다. 사실 하루이틀 경험한 것은 아니었으나, 무안함에 나의 얼굴빛이 조금 변했나 보다. 범선오빠의 아버님이자 내가 좋아하는 대표님께서 ‘태이한테 인사해야지!’하고 호통치셨다. 그러자 ‘안. 녕.’ 해주었다.


그 순간,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나는 자폐장애인에게 정상인과 똑같은 반응을 주고받을 거라 기대하고 행동하는구나, 이런 나의 행동이 가족에게 비칠 때 얼마나 속상하고 힘드실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철저히 생각을 바꾸고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미성숙한 나는, 그들에게 무안함을 느끼지만 앞으로 부단히 그들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들을 케어하는 가족들 곁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면서 평안함을 함께 누리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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