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그래 Oct 02. 2022

당신은 내향형인가요, 외향형인가요?

청차를 닮은 사람 _MB(Tea)I 큐레이션

- OO님은 무슨 차 좋아하세요?

- 저는 홍차요.

- 오 저는 녹차랑 청차!

- 녹차랑 청차처럼 생겼어요.

- 네? 그건 무슨 뜻이에요? 욕 아니죠? 칭찬인가요?

- 아~ 칭찬이죠!


녹차와 청차를 좋아하게 생긴 것도 아니고, 청차처럼 생긴 건 대체 어떻게 생긴 건가 생각해봤는데요.

물어보니 살짝 핏기 없이 허연 느낌이라고 해요. (스스로 하얗다고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는데 더군다나 핏기까지 없진 않은데, 하얀 편이라는 말은 종종 듣습니다)


‘이건 욕 같은데? 칭찬인가?’ 싶어 다시 물어보니 자기는 까만 걸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응? 칭찬 맞긴 하네’ (잠깐만, 근데 뭐야.. 내가 좋다는건가..?)


[청차처럼 생겼다 → 허연 느낌이다 → 본인은 까만 걸 좋아하지 않는다 → 나처럼 하얀 걸 좋아한다(?) → 나를 좋아한다??? 이거 결혼하자는건가? 기적의 5단 논리..] 그렇게 도끼병을 앓기도 했습니다.


덧붙여 성격이 무던하고 그냥 좋은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피부색도 그렇고요.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 수도 있겠으나 말 그대로 일단 듣기엔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실제로 청차의 성질이 제 성격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성격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여러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리 배경지식을 넣어 드릴게요.


차는 산화 정도와 제조 방식에 따라 다류*(차의 종류)를 구분하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차는 산화시키지 않은 차로 산화 정도를 숫자로 표현하면 ‘0(5% 이하)’이라 생각하면 되고요. 반대로 홍차는 산화 정도가 100(80~100%)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청차가 등장합니다(우롱차라는 이름으로도 불려요). 청차는 녹차와 홍차 사이의 산화도를 광범위하게 가지고 있는데요 . 산화도로 치면  10에서 80까지도 나타납니다.


그래서 청차는 녹차와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홍차와 비슷한 모습을 나타낼  있는 특징을 가지고있습니다. 산화도가 50정도라면 녹차와 홍차 느낌을 모두 가진다고 말할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녹차도, 홍차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고  수도 있습니다.


청차에 대한 배경지식을 소개해 드렸으니, 이제 제 성격 유형도 말씀드릴 수가 있는데요. 일단 제 MBTI 유형은 ENFP입니다. 여기서 모든 걸 다루기엔 복잡하니 MBTI를 구분하는 첫 번째 알파벳인 E(Extrovert : 외향형)과 I(Introvert : 내향형), 딱 이 두 가지만 가지고 말을 해볼게요. 저는 외향형을 나타내는 E이지만 사실 외향형과 내향형을 구분하는 정도의 차이가 거의 55대 45로 팽팽한 수준이에요. 사실은 외향형이라고 하기엔 내향형스럽고, 내향형이라기엔 관종스러운 이상한 성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향형이 많은 집단에서 제 MBTI를 말하면 외향형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를 종종 듣고요. 내향형 집단에 가면 굉장히 ‘힙’인싸대접을 받습니다. MBTI를 신봉하는 정도까진 아닙니다만 ENFP 유형이 인싸 중에서는 아싸, 그리고 아싸 중 인싸로 통한다는 말에 엄청난 공감을 했습니다. 여담으로 ENFP의 정반대인 ISTJ는 내향형 중에 가장 외향형인 성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MBTI 상에서는 제 유형과 완전히 반대인 ISTJ 친구와 굉장히 잘 맞기도 합니다.


어찌 됐건 이런 성향 탓에 어디 가서 저조차 제 성격 유형을 어떻게 말해야할 지 모르겠을 때쯤, 내향형과 외향형을 둘로 나눈 게 아니라 양쪽의 성격을 골고루 가진 사람을 따로 부르는 단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양향형’이라는 뜻을 가진 Ambivert라는 단어였어요.


보자마자 나의 정체성을 찾게 해준 단어인 것 같아 굉장히 반가웠고요. 저와도 잘 어울리는 단어라 생각했지만 청차같기도 하더라고요. 녹차와 홍차 입장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애라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양쪽의 성격을 모두 흡수하여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섞은 거라 표현할 수도 있는 거죠.


티소믈리에로서 성격에 맞게 티 큐레이팅을 해 드린다면 청차는 저와 같은 양향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혹 저와같은 분이 계신다면 청차를 먼저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어서 조금 더 자세한 큐레이팅을 위해 오늘은 특별히 세 가지 차를 소개해드릴 텐데요. 주제가 청차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의 청차를 먼저 소개해드릴거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차같지 않은 홍차인 다즐링(퍼스트 플러시)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소개해드릴 두 가지 청차 중 하나는 청향계 철관음이고요. 두 번째는 농향계인 대홍포라는 이름의 암차입니다. 산화도가 비교적 낮은 청차(10~50%)는 향이 맑고 수색이 연둣빛을 띠어 청향계 청차라 부르고요. 반대로 산화도가 보다 높은 청차(50~80%)는 홍차와 같이 짙은 찻빛과 향을 띠어 농향계 청차라고 합니다.

앞에 간단히 언급했듯 산화도가 높아질수록 수색이 짙어지고 홍차에 가까운 성격을 띠게 돼요.


첫 번째로 말씀드린 청향계 철관음 청차는 아카시아꿀의 달콤함과 향긋한 꽃과 풀 향이 어우러진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이 차를 마시면 날씨 좋은 봄날, 꽃밭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드는 차이고요. 맨 처음 이 차를 접했을 때 직관적으로 “맛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오랜 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티소믈리에 시험을 위해 블라인드 훈련을 할 때도 유난히 잘 알아맞히기도 했고요.


그리고 대홍포 청차는 무이산이라 하는, 전체가 수많은 바위로 이뤄진 산에서 생산된다하여 무이암차라고도 불려요. 바위틈의 그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 찻잎에 깃든 독특한 풍미가 있는데요. 그걸 ‘암운’이라는 암차 특유의 질감이라고 표현해요. 여러분이 조금 더 이해하시기 쉽게 지극히 개인적인 대홍포의 캐릭터를 말씀드리면 카카오닙스와 같은 은은하고도 깔끔한 카카오 향이 나고요. 아주 약간의 스모키함이 기분 좋게 느껴져 피트한 싱글 몰트 위스키의 고급스러운 느낌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홍차인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를 추천드립니다. 다즐링은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로 유명하고요. 인도 다즐링 지역에서 시즌별(5계절: 봄, 여름, 몬순, 가을, 겨울)로 나눠 채엽하여 차를 만드는데요. 그 중 봄(3~4월)에 채엽한 잎을 가지고 만든 차를 퍼스트 플러시라고 부릅니다. 홍차의 제조방식을 따랐지만, 산화를 짧게 하여 찻잎의 색이 흔히 알고 있는 일반 홍차와 다르게 검정빛이 아닌 녹차와 같은 연둣빛의 잎이 주를 이루고요. 차를 우려낸 색 또한 연둣빛과 맑은 황금색의 어느 경계 즈음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산뜻한 머스캣의 향과 맛이 나는 걸로 잘 알려져 있고요. 그런 이유로 “티의 샴페인(Champagne of tea)”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홍차인데 홍차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이 마치 인싸 중에 아싸, 아싸 중에 인싸와 같은 ENFP, 그리고 내향형 중 가장 외향형인 ISTJ 유형 같아 이런 유형을 가진 분들께 먼저 추천해 드립니다.


홍차를 좋아한다고 말한 친구는 본인이 확실한 걸 좋아해 홍차가 좋다고 했어요. 정작 홍차같진 않은 홍차인 다즐링 퍼스트 플러쉬를 가장 좋아했지만 홍차는 홍차인거죠. 내향형 중 가장 외향형에 가까운 ISTJ 유형이라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재밌는 추측을 해보고요. 그 친구의 영향인지 저도 원래는 녹차에 가까운 청향계 청차(낮은 산화도의 차)를 좋아했다가 갈수록 홍차에 가까운 농향계 청차(비교적 높은 산화도의 차)가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청차 중에서 제 원픽은 철관음에서 대홍포로 바뀌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을 빌려 확실한 걸 좋아하는 분들께는 홍차를 추천해드리고요. 홍차 중 뭘 드셔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일반 카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얼그레이를 먼저 가볍게 시도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얼그레이보다는 프렌치 그레이를 더 선호합니다)


여러분은 좋아하는 차가 있으신가요? 그 차가 여러분의 성격과도 잘 맞다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좋아하는 차가 없거나 아직 차를 잘 모르신다면 여러분의 MBTI와 성격유형을 댓글로 적어주셔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자세히 적어주신다면 그에 따른 티 큐레이션을 해드릴게요. (자세할수록 좋습니다. TMI, TMT 환영)


*MBTI 성격유형 혹은 좋아하는 것의 예시 : [ENFP] 강렬한 걸 좋아한다. 은은한 걸 좋아한다. 있는 듯 없는듯한 걸 좋아한다. 자연스러운 걸 좋아한다. 남들과 다른 유니크한 것 혹은 매니아적인 걸 좋아한다 등등) 좋아하는 향수 혹은 좋아하는 과일이나 향, 카페인을 아예 못 마시는지 등등 그 밖에 모든 티엠아이가 보다 더 정확한 큐레이션에 도움 됩니다. (혹은 글이 재밌다든가..)



이전 19화 글쓰기와 민망함의 상관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