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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그래 May 29. 2022

나홀로 초여름의 크리스마스 맞기

찬 바람 불 땐, [핫초코 루이보스(feat. "혼자 왔니?")]

광고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광고를 싫어하지 않아요. 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애매한 면이 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매우 숨죽이는 상황에서, 60초 후에 공개된다며 넘겨버리는 광고조차 그리 싫지는 않습니다. 그 또한 재미의 연장선상에서 흥미롭게 시청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유튜브에도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프리미엄으로 월별로 소액을 결제하고 광고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죠. 물론 편한 기능이지만 저는 돈이 아까워서라기보다 일부러 광고를 보기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가끔은 광고를 찾아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실 이건 약간의 직업병적으로 생긴 것이기도 하지만요. 

광고는 5초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저의 5초를 사로잡는 광고를 발견하는 때에는 괜히 기쁘기도 합니다.


채널을 돌리지 않는 이상 계속 봐야 하는 TV광고 중에서도 제 리모컨을 멈추게 만드는 한 브랜드의 광고가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광고이기도 합니다.  


 - 찬 바람 불 땐, 핫초코 X떼


다들 많이 들어본 카피죠? 별생각 없이 티비를 돌리다가도 이 광고가 나올 때면 끝까지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광고가 나올 때쯤이면 또 ‘새로운 겨울이 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여러 시리즈를 볼 때마다 단순히 마케팅뿐만 아니라 브랜딩적으로도 좋은 광고라고 생각하며 감탄하곤 합니다.


그러다가 ‘내 브랜드는 광고를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을 때, 광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아! 나는 돈이 없으니 광고를 못 하는구나!’라는 결론이 섭니다. 그래서 저는 돈 안 드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콘텐츠를 가지고 스토리텔링화하여 마케팅해봐야겠다' 뭐 그런 나름의 당찬 포부입니다. 잘 돼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나만 죽어나겠구나'하는 그런 느낌은 확실히 있어요.


말한 김에 글을 가지고 겨울이 아주 생생하게 그려지도록 묘사해보려 해요. 핫초코 X떼로 글의 포문을 열었듯 스토리텔링화해야 하는 이번 제품은 초콜릿 향과 맛이 나는 루이보스티입니다. 여러분이 핫초코가 가장 먹고싶은 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글로 그림을 한 번 그려볼게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잘 따라와 주세요.


EP. 성냥팔이 소녀 X 산타


Scene #1


“성냥 사세요. 성냥~ 불이 아주 잘 붙고 잘 타는 성냥이에요~ 성냥 사세요. 성냥~”

함박눈이 펄펄 내리며 길거리에는 수북이 눈이 쌓여 있습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아주 낭만적이지만, 또 어떤 누군가에게는 비참한 크리스마스의 밤거리입니다. 요즘 이런 시대에도 성냥을 파는 한 소녀가 있어요.



Scene #2

눈이 내리는 거리엔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소녀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모두가 따뜻한 음료를  잔씩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보는 소녀. 따뜻한 음료 한 잔 먹고싶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유는 마시고 싶지는 않아요. 유당불내증이 있거든요. 오랫동안 수분 충전을 하지 못해 갈증도 나니 우유보다는 워터리한 느낌을 가진 차와 같은 무언가가 마시고 싶어요. 하지만 거기에 기분 좋은 초코향이 났으면 좋겠는 거죠.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손에 쥔 성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Scene #3

그 순간 백마 탄 산타, 아니 백루돌프 탄 산타 청년이 소녀에게 나타나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나는 머그잔을 쥐여줍니다. 그리고 한 마디 건넵니다.


“혼자 왔니..?”


여기서 포인트는 머그잔이에요. 일회용 컵이 아닙니다. 왜냐면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거든요. 말하다 보니 텀블러도 괜찮겠지만 영상미를 위해서는 머그잔이 더 좋겠어요. 어쨌거나 그 둘은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잔으로 건배를 하며 웃어 보입니다. 소녀에게도 꽤나 슬프지만은 않은 크리스마스로 기억되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카메라 앵글은 천천히 하늘로 향하며 멘트와 로고가 삽입됩니다.


찬 바람 불 땐, 핫초코 루이보스. - T&0


이딴 걸 글이라고 쓴 건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다행인 건 마무리를 지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심심한 박수를 보냅니다.


모두가 축제인 날에 그 누군가에게는 비참한 날을 조금이나마, 단 하루라도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산타가 없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단 하루라도 나타나, 남들과 같이 평범한 하루를 선물 받는 날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요.


손마디와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바람이 쌩쌩  ,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온기 있는 머그잔을 손에 쥐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추운  따뜻한  나눌  있다면 행복한 사람인거겠죠.


여러분의 크리스마스는 항상 어떠셨나요. 꼭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남들에게는 항상 특별해 보이는 졸업식, 입학식부터 꽃이 만개한 봄날의 축제 기간 등 소중한 사람들과 항상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하신가요?


저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 이 글을 쓴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요. 어쩌면 이 글은 혹은 이 차는 예전의 저와 같은 친구들을 위로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어렸을 적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오늘은 이 차를 내어 드리고자 합니다.



핫초코 루이보스. [레시피는 추후 공개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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