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워지기 위해 회의를 합니다

by 숟가락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급회의는 비정기적으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중 여유 있는 시간을 할애해 진행한다. 또는 체험학습 장소, 반티 선정, 체육대회 계획 등 특별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을 때 열기도 한다. 1년 내내 학급회의를 여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학교가 학습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간의 정의를 생활하는 곳으로 바꾸면 달라진다. 공부와 함께 도덕, 시민성, 공동체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익힐 필요가 생긴다.

학교생활은 혼자 독서실에서 책과 씨름하며 공부하는 것과 다르다. 30여 명의 사람들이 교실에 모여 같이 생활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관계가 중요하다.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관계가 되려면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알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한다. 교실 구성원이 함께 대화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학급회의다.


우리 반에서 학급회의는 하루는 맞이하는 아침 의식이다. 조례가 시작되면 진행자와 기록자가 나와 회의를 시작한다. 꼭 무슨 일이 있지 않더라도 진행자가 앞에 나와서 회의 시작을 알리고 얘기할 안건이 있는지 묻는다. 교사인 나는 학급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회의에 참여한다. 교실에 있는 모든 사람은 진행자에게 발언권을 얻고 말할 수 있으며, 서로의 의견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지지를 표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처음 학급회의를 시작할 때 종례 시간에 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같이 얘기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이들에게 학급회의를 맡겼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시간을 집에 늦게 보내주는 교사를 비난하는 데 활용했다. 나도 학교에서 연수를 들을 때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퇴근 시간이 지나면 집에 가고 싶은 욕구가 더 커져 강사의 이야기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와 학급회의의 필요성을 비교했을 때 종례는 회의 시간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반면 아침은 서로 얼굴을 보며 얘기하기 좋은 시간이다. 조례가 짧아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아이들이 쉬는 시간을 활용해 해결하기를 부탁했다.


회의를 시작하면 침묵만이 흐른다. 결정권을 주었는 데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교사로서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15년 동안 길들여졌던 삶이 한 번에 바뀌지는 않는다. 니일은 아이들이 제대로 자유를 향유하지 못하고 억압당해 왔기 때문에 나쁜 습관이 남아 있으며, 그들이 정직하게 되기까지는 평균적으로 6개월이 걸린다고 말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학기 이상이 필요하다. 그동안 받았던 억압의 정도와 시간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교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이때 교사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내 뜻대로 교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30명이 모인 교실에서 권력을 가진 한 사람의 의도대로 학급이 꾸려지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 서로의 생각을 묻고 우리에게 맞는 공동체를 찾아야 맞다. 나는 자리를 배정할 때 책걸상 하나를 더 구해 자리를 마련한다. 회의시간에 나는 교사가 아닌 반의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권을 얻고 발표한다. 교단에서 들리는 교사의 말은 무겁다. 교사의 말 한마디가 규칙이나 교리처럼 느껴질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같은 위치에서 회의에 참여하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급회의에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려면 교사가 도와주어야 한다. 첫 회의에서 교사를 반대하게 만들면 쉬워진다. 예를 들어, 청소를 정할 때 매일 모두 남아 대청소를 하자는 의견을 교사인 내가 낸다. 이 견해에 대해 아이들은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다. 다 듣고 내 주장을 포기한다. 이후 대안을 제시한 아이들의 의견을 지지한다. 교사가 일부러 학생에게 져 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의 말도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그래야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놓는다. 자기 의견을 갖고 표현하는 것은 민주 시민이 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자유 속에서 자기 생각을 찾아내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의견을 정리하여, 모두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험은 아이들이 공동체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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