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야기한 것들

by 숟가락

학급회의가 익숙해지면 학생들은 학교생활과 관련된 많은 내용을 이야기한다. 다음은 학급회의에서 주로 논의되었던 안건이다.


-학급 회의는 왜 해야 합니까?

-자리 배치와 배정은 어떻게 할까요?

-수학 시간에 지적을 많이 받는 000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수업 시간에 떠든 학생들의 자리를 바꿔야 할까요?

-수업 시간에 자리를 바꾼 학생을 어떻게 할까요?

-친구를 놀리거나 때린 학생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소를 도망간 학생을 어떻게 할까요?

-지저분한 교실을 어떻게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가정통신문을 누가 걷을까요?

-휴대폰을 안 낸 학생들을 어떻게 할까요?

-휴대폰을 일괄적으로 걷어야 하나요, 개인이 가지고 있어도 되나요?

-휴대폰 관리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꽃놀이를 어디로 갈까요?

-학급 단합 대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소화기를 뿌린 000를 어떻게 할까요?

-반티는 얼마가 적당할까요?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회의 방식을 어떻게 바꿀까요?

-점심시간에 회의를 하면 어떨까요?

-000를 회의에 참석시켜야 할까요?

-교사에게 반말한 학생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000가 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2학년 전체 학생 중 지각한 사람들 벌을 받기로 했는데, 우리 반은 어떻게 할까요?

-계속 지각하는 학생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독재를 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독재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지갑 분실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교사를 속이고 무단 조퇴를 한 학생을 어떻게 할까요?

-복학생 형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어도 되나요?

-전학 가는 친구와 피자를 먹고 싶은 데 학급비를 사용해도 되나요?


여러 주제 중 매해 치열하게 논의한 휴대전화와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해보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휴대전화와 관련해 ‘등교하면 걷고, 하교하면 나눠주는’ 방식의 규칙을 적용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휴대전화 수거 가방은 가벼워진다. 소지하려는 학생과 뺏으려는 교사 사이의 실랑이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방법을 고민한다. 무조건 규칙을 지키라고 강요하고 어길 때 처벌 방법을 정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현상은 수용하되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왜 우리는 휴대전화를 내지 않고 가지고 있는가?’로 회의를 한다. 이 주제로 회의를 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학창 시절 추억을 담을 사진이 필요합니다.”

“공부할 때 모르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하면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있습니다.”

“가지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학생들 말만 들으면 휴대전화는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물건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만 할 수 없다. 다른 사람 입장도 생각할 기회를 줘야 한다. 학부모, 교사, 타반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생각도 물어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설문지를 만들어서 의견을 조사하고, 인터뷰를 통해 생각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아이들은 쉬운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이후 아이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니 교칙대로 하자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어렵더라도 노력해서 권리를 찾자는 학생들도 존재한다. 후자의 의견이 다수였던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2개월에 걸친 회의 결과 ‘휴대전화 제출을 개인의 판단에 맡기자’로 결론이 났고, 학생들은 다음의 세부 규칙을 만들었다.


1. 교실에서만 사용한다.

2. 다른 반 학생들의 출입을 금지한다.

3. 자신의 전화를 남에게 양도하지 않는다.

4. 교내에서는 무음 상태를 유지한다.

5.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

6.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7. 나쁜 목적으로 사용을 금지한다.

8. 교실 밖 또는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걸리면 아침에 무조건 제출한다.


학교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교실에서만 사용하고, 다른 반 학생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전화기를 빌려주지 않기로 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무음 상태를 유지하고, 함부로 사진을 찍지 않으며,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휴대전화 사용의 목적이 학습의 도움, 친구와 관계 향상 등이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마지막으로 7가지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 제출하는 조항도 마련하여 스스로 단속하였다.

물론 이 규칙을 다 잘 지켜진 것은 아니다. 많은 학급 구성원이 약속을 어겨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규칙 준수 여부가 아니라 모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고, 타인을 고려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한 학생들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생각과 경험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학생이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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