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사는 좋은 독재자다.

by 숟가락

학기 초 나는 학생들에게 독재와 민주주의의 차이를 설명하고, 담임교사가 학급을 운영하는 것은 혼자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재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교실 민주주의는 교사가 학생의 요구를 학급운영에 잘 반영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 이야기를 잘 듣고 결정하는 교사는 ‘좋은 독재자’ 일뿐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교실에서 더 많은 공적 권력을 가진 교사가 결정권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나의 교실 활동의 핵심은 교사가 권력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권력자의 정의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시키는 사람’이다. 교실에서 교사는 학업이나 학교생활과 관련된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교사가 권력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는 학생에게 무언가를 시키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각한 아이에 대한 벌을 교사가 결정해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급 구성원과의 회의를 통해 해결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권력자인 교사에게 학생들이 무언가 결정을 요구할 때 나는 “학급회의 시간에 얘기해보자”라고 말한다.

권력을 가지면 사람이 바뀐다. 몸에서는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의 분비가 촉진되어 사람을 도전적으로 만들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만큼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교사가 권력을 가지고 학급을 운영하면 교사가 원하는 대로 아이들을 바꿀 수 있다. 반대로 교사가 권력을 나누면 학생과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나는 학생들과 솔직히 만나고 싶다.

권력을 내려놓자 행복해졌다. 화를 내지 않게 되고, 잔소리를 덜 하고, 설교하는 일이 적어졌다. 학생들은 권력이 없어진 교사를 무시하지 않고, 대화의 상대로 여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불만을 털어놓고, 진심을 표현하고, 조언을 구했다. 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진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서적으로 연결되면서 인간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권력자가 사라지자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졌다.

교사가 권력을 내려놓았다고 교실이 무조건 평등해지지 않는다. 또 다른 권력을 가진 사람이 출현한다. 과거 반장, 부반장으로 불렸던 학급 학생 대표이다. 2014년 회의 진행을 학급 회장에게 맡겼다. 2학기에 리더십을 갖춘 회장이 뽑혀 학급회의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옆 반 선생님이 우리 반 회의 장면을 보고 “회장이 교사처럼 회의를 진행하던데요?”라고 말했다. 이후 회의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니 회장이 의견을 내지 않는 친구들을 야단치고, 갈등을 일으킨 학생들에게 벌을 주고 있었다.

보통 학급 임원에게 교사의 권한을 부여하고, 학급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을 때는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는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권력을 가진 교사의 말도 안 듣는 상황에서 동급생 말을 따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운 좋게 학급 임원이 카리스마가 있어 아이들을 잘 따르게 만들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권력자의 역할을 대신할 뿐이다. 권력은 집중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나누는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교실 권력을 나누기 위해 학급 대표를 번호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2명씩 맡는 윤번제를 실시하기로 하고, 학급 자치회 선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급 대표는 회의를 맡은 진행자, 기록자 두 명이 하겠습니다. 기존 학급 자치 회장, 부회장 역할을 매일 두 사람씩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회장, 부회장, 서기를 뽑을 것인데 이 역할은 반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는 것입니다. 반이 잘 운영되도록 친구들과 선생님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아파서 청소를 못하면 학급 임원이 도와주는 것입니다. 선생님에게 힘든 일인 가정통신문을 대신 걷어줄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이 떠들었다고 임원이 혼나거나 책임지지 않습니다. 학급 임원의 혜택은 별로 없습니다. 기록, 명예, 간식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봉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추천은 받지 않겠습니다. 학급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사람만 지원하기 바랍니다.


학교에서 정한 학급 회장, 부회장 선발은 순전히 봉사할 사람으로 뽑는다. 30명의 아이들 중 학급을 위해 봉사할 착한 아이 한 둘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직위를 맡았다고 책임질 일이 없으니 부담이 적어 지원하는 학생이 많다. 학급 대표는 돌아가면서 하니 공적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또한 윤번제를 실시하면 모두가 의장을 해볼 기회가 생긴다. 청중 속의 한 명으로 있을 때와 의장의 위치에서 회의를 진행할 때 느낌은 다르다. 진행자 역할을 하고 나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어려움을 덜 느껴 회의가 점차 활발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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