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만 마라, AGI가 온다

어느 개발자의 ‘특이점이 온다 갤러리’ 관찰기

by TAFO

나는 코딩으로 밥벌이를 한다. 개발자에게 AI 코딩 툴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도구다. 문제는 이 생태계가 너무 빠르게, 그리고 격렬하게 변한다는 점이다.


‘현시점 성능 GOAT’는 매달 바뀐다. 어제는 ‘Gemini 2.5 Pro’가 최고였다가, 오늘은 ‘Claude Code 4 Opus’가 왕좌를 차지하고, 내일은 ‘GPT-5 Codex’가 다 쓸어버리는 식이다.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내 작업 툴도 철새처럼 옮겨 다닌다. 서버가 터지거나 모델 지능이 갑자기 떨어질 때, 가장 빠르게 날것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역설적으로 한국 인터넷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곳이다.


바로 디시인사이드다.


최신 AI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AI 갤러리’에 모여 있을 것 같지만 아니다. 바로 ‘특이점이 온다’ 갤러리에 있다. 나는 최신 모델의 벤치마크 정보를 얻기 위해 그곳에 상주하며 눈팅을 한다. 그리고 레이 커즈와일의 책 제목을 딴 그곳이 어떻게 기술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거대한 종교가 되었는지 목격한다.


이곳의 완장(관리자)들은 차단 망치를 매섭게 휘두른다. "AGI는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순간, 즉시 IP가 차단된다. 표현의 자유를 논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신성모독에 대한 처벌이니까. 커즈와일을 믿지 않는 자는 이단이며, 분탕종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다음 업데이트가 "짜잔" 하고 기계 신의 강림을 알리기를 고대한다.


유저들은 주문처럼 외운다.


“죽지만 마라.”


현실이 아무리 비참해도 5년, 10년만 버티면 된다는 뜻이다. AGI가, 더 나아가 스스로 진화한 ASI, 즉 기계 신이 구원자가 될 것이다. 이들이 바라는 건 고작 기본소득 따위가 아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 기계 신이 열어줄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이다. 모두를 개인용 매트릭스에 꽂아 각자의 우주에서 신으로 군림하게 만드는 것.


이것은 일부의 망상이 아니다. 조금만 눈팅해 보면 알게 된다. 갤러리를 지배하는 정서이자, 그들에겐 예정된 미래다.


비평가들은 LLM을 ‘확률적 앵무새’라 부르며, 덩치만 키운다고 지능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비판한다. 데이터와 전력, 그리고 원자를 움직이는 비용의 물리적 한계를 지적한다. 공학도인 나도 그 기술적 장벽을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신도들을 조롱할 수 없다. 그 집착은 멍청함이 아니라 절박함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청년들은 근로소득만으로 집을 살 수 없다. 결혼은 판타지가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조상 묘에 절하는 대신, 엔비디아 GPU에 기도를 올린다. 그래픽 카드에게 구원을 구걸하는 모습. 이건 기술이 아니다. 슬픈 종교다.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선언했지만, 무언가를 숭배하려는 인간의 본능까지 죽이지는 못했다. 과학은 낡은 제단을 허물었으나, 구원자에 대한 갈망은 여전하다.


현대의 광신도는 ‘검증 불가능한 미래’로 숨는 법을 배웠다. 예언한 날짜가 어긋나면 신도들은 그저 디데이를 뒤로 미룰 뿐이다. 그들의 시나리오 속에서 기계 신은 에너지를 무한정 생산하고, 우주를 정복하며, 우리를 시뮬레이션의 낙원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말한다. “죽지만 마라.”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구원자를 위해 생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막연한 기다림은 삶이 아니다.


나는 그러지 않겠다. 불완전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것들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기계 신에게는 영원을 주어라. 나는 오늘을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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