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온다
첫 강의가 끝나고 다음 강의실로 이동하던 중 멈추어선 이유는 딱히 집어 말할 수 없었다.
쥐스킨트는 아름다운 살인자 그르누이를 내세워 향이라는 것이 얼마나 지독히도 무서운지 말한 적 있었지, 문득 <향수>를 떠올릴 만큼 아찔한 향이 코끝에 스몄다.
어느 꽃에서부터 흘러나온 것인지, 이름은 무언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마치 사랑이 그렇게 찾아오듯-멈추어서서 숨을 들이쉬었다.
2인칭을 닮은 향이 아득히도 쏟아졌다.
언젠가 그런 말을 주고받은 적 있었다.
우린 너무 오랜 시간을 돌아 만났다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숨기고 외면하고 아니라고 외쳤던 순간들에 바쳐, 그래 우리는 그 순간들마저도 사랑이라고 명명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1초도 영원 같았다. 기다리는 것은 행복이고 설렘이었으나 좌절이고 상처였다.
그러나 마침내, 쉼표를 찍고서, 고대하던 상대를 만났을 때, 내 삶을 모두 내려놓고 내 모든 것들을 부정하면서도 끌어안게 될 때, 아, 나는 운명이라 칭했다.
운명을 믿나요?
운명 같은, 영화 같은 사랑을, 영원을 믿나요?
당신의 앞날에 기적 같은 첫사랑을 기원하며, 누군가의 2인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