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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타 May 24. 2016

달의 사랑법

흔들리기 싫어 흔드는 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김용택의 시에서처럼 나도 문득, 달이 떴으니 전화를 할까 싶었다.


네가 나와의 첫 전화를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술에 취해 용기를 냈다. 어쩌면 지금이라면,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 싶은 그런 용기였다. 네가 전화를 받았다. 침대에 누워 녹았다. 그 날 나는 내 친구 목소리와 닮았다고 말했지만, 반쯤은 진실이었지만 반쯤은 거짓이었다. 네 목소리를 어디에 비할까.


네 목소리는 언제나 달콤하다. 우리의 첫 만남, 네 목이 쉬어 있을 때도 그랬고, 감기에 걸렸을 때도 그랬고, 평소에도 그렇다. 네 목소리가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너라서 모든 목소리가 달콤하게 들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친구한테 내가 네 노래를 듣고 있는 걸 들키고 나서 친구가 노래 잘 부르네, 좋네, 라고 말한 걸 보면 객관적으로도 좋은 모양이다.


달이 떴다. 너는 친구들과 1년 9개월은 기울이지 못할 술잔을 기울이러 나갔고, 나는 여기에 앉아 읽히지 않는 글을 몇 번이고 읽고 있다. 달이 떴는데, 달빛이 고운데, 너에게 전화를 할 수 없는 지금이 괜히 서러워 나는 달이 된다. 나 너에게 달처럼 사랑해, 하고 고백한 적 있다.


달은 한 달을 주기로 삭에서 망까지를 오간다. 하루 밤 동안 떴다가 지고, 정신을 차려보면 이곳에 있던 달은 저 너머에 걸려 있다. 나는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우리가 나이 들고, 아름다움이 사그라들지도 모른다.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예 다른 곳으로 우리가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시간에도 사랑한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나 너를 달처럼 사랑한다.


달빛이 차마 밤은 밝히지 못해도 너는 밝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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