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보다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어느 1학기 종강 시즌 즈음,
나는 다시금 대만을 떠올렸다.
'아... 대만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나의 꿈을 잠시 멈춰야 했다. 여행은 멀어졌지만, 마음속 열망은 더욱 단단해졌던 시기였다.
어느 날, 학교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코로나 끝나면 제일 가고 싶은 나라가 어디야?"
이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대만이요."
그런데 돌아온 말은 뜻밖이었다.
"거기 갔다 왔는데, 나한텐 별로였어.
음식도 그냥 그렇고, 좀 실망했어. 아마 너도 별로라고 할 거야. 거기 가지 마. 좋은데 많은데... 굳이"
그 말에 마음 한 구석이 괜히 찌릿했다.
그리고 나는 확신했다. 그녀와 나는 분명 다를 거야. 나는 분명 좋아할 거야...
그 후에도 나는 혼자 대만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찾아보고, 서적도 읽었다.
그렇게 대만이라는 나라와 나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그리고 어느 날 오빠에게 말문을 열었다.
"오빠, 우리 대만 여행 가볼래?"
그 말이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우리 남매는 뭐에 홀린 듯, 여행을 계획했다.
어느덧 여행 날짜가 점점 다가왔고, 마냥 설렐 줄 알았던 나는 생각보다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일정을 꼼꼼히 짰고, 필요한 준비도 모두 마쳤지만, 출국을 앞두고는 설렘보다 불안이 더 컸다.
그 모습을 본 오빠가 말했다.
"국제 미아라도 되겠어? 너 그렇게 가고 싶어 했잖아. 왜 이렇게 불안해해?" 그 말에 문득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스스로에게 다시 되물었다.
'이토록 오랫동안 기대했는데, 혹시... 정말 실망하면 어떡하지?' 그때 오빠가 또 한마디를 툭 던졌다.
"별로면 별로인 거지. 그냥 경험이잖아.
안 맞으면 다음엔 안 가면 돼.
근데 내가 볼 때 넌 진짜 좋아할 것 같아."
그 말 한마디에 어수선했던 마음이 정리됐다.
'맞아. 이건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에 다가가는 순간이야. 시작도 안 해보고 겁먹을 필욘 없지. 결과보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후회 없이 즐기는 것이야...'
이렇게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