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나의 첫 대만 여행 / 가자, 중정기념당으로!
우리는 계획해 둔 대로 여행을 즐겼다. 거의 모든 순간이 즐거웠고, TV 예능 프로그램처럼 누가 우리 남매를 따라다니며 찍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땅이 우리를 반기는지, 매일매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하나씩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날은 중정기념당(中正紀念堂)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컨더지(肯德基 : KFC)에서 식사를 마치고, 구글맵이 안내해 준 버스를 탔다.
분명히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버스는 어느 넓은 공터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는 그곳이 중정기념당으로 향하는 곳인 줄 알았고, 오빠도 별다른 의심 없이 가만히 있었다.
한참이 지나 버스가 멈췄고, 기사님이 우리에게 중국어로 무언가를 말씀하셨다. 그때 우리는 둘 다 중국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했기에 당황한 채 눈만 껌뻑거렸다. 알고 보니, 그곳은 버스의 종착지인 '차고지'였던 것이다.
기사님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물으셨고, 우리는 중정기념당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바디랭귀지와 번역기를 총동원한 끝에, 우리는 다른 버스로 갈아타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새로 탄 버스에 올라탔을 땐, 기사님이 식사 중이셨다.
"5분만 기다려주세요. 식사 끝나면 바로 출발할 테니." (等我一下喔,吃完就馬上出發!)
식사를 마친 기사님은 어디선가 마이크를 꺼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웨어 얼 유 프롬?(Where are you from?)" 우리가 "코리아(Korea)"라고 대답하자, 기사님은 예전에 한국어 선생님께 노래를 배운 적이 있다며, 중국어 버전의 도라지타령을 직접 불러주셨다.
그리고 목적지에 다다르자,
"여기서 내리면 돼요(可以下車了喔~)"라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주셨다.
순간, 나는 이게 진짜 시내버스가 맞나 싶었다.
다른 시민들이 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님은 우리가 또 길을 잘못 들까 봐 걱정하셨던 모양이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기억은 생생하다.
그날의 분위기, 버스 안의 따뜻한 공기, 낯선 언어의 안내방송 그리고 도라지타령의 멜로디까지-
아직도 내 귀에. 아니, 마음에 남아있다.
노래도 잘하시고, 너무도 친절했던 그 버스 기사님 덕분에 우리의 대만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
그때는 씨에씨에(謝謝 : 감사합니다)밖에 할 줄 몰라서, 내리면서 그 말만 무한 반복했다.
만약 그 기사님을 다시 만난다면,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정말 감사했다고. 덕분에 우리 남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고 말하며 음료라도 한 잔 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