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해서 편한 건 나쁜게 아니야

by 글거북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다"라는 말이 있다. "포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일단 한심함, 인내력 부족, 근성 부족 등이 떠오른다. 유독 우리나라는 포기에 대해서 유난히 가혹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근성과 노력만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 한 아이가 축구부에 들어가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 박지성 선수의 자서전에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축구부에 입단할 수 있었다"라는 말이 나온다. 성공했기에 자랑스럽게 자서전에 적어둘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축구선수로 실패 후 나이만 먹고 일용직 근무를 전전하고 있어도 "난 그때 축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 난 대견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체육이야말로 재능의 영역이다. 운동 능력을 수행할 수 있는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재능 없이 근성과 노력만으로 이 악물고 축구계에 붙어만 있는게 과연 행복할까? 조금이라도 일찍 다른 분야를 찾아 나서는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행복하지 않을까?


"포기하면 편하다"라는 단어가 있는데 본인이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사람이 어떻게 편할수가 있겠는가. 본인이 가고 싶은 길을 가다가 재능이나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그 길을 그만가게 되었다면, 과감하게 다른 길을 선택해서 다시 최선을 다해서 걸으면 된다. 인생 초기에 생각한 모습과 목표가 이 세상의 전부인 냥 이 악물고, 비참하게, 처절하게, 지금 당장은 굶더라도, 고통스럽더라도 이겨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행복하게 살기에도 짧고 아까운 인생이다. 몸짱이 되겠다는 목표로 헬스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도 어정쩡하고 관절에 무리도 많이 가고, 본인과 잘 맞지 않는가? 그러면 탁구나 복싱과 같은 다른 재미있는 운동을 찾아서 취미를 붙이면 된다.


물론 본인의 능력과 의지로 극복이 가능한 난관이 찾아왔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근에 나는 PT를 받고 있는데, 운동하는 부위의 근육이 찢어져 죽을것 같아도 "고통이 있어야 근육이 큰다"를 속으로 외치며 어떻게든 해낸다. 그러고 나면 트레이너의 칭찬과 함께 타겟 부위의 얼얼함, 그리고 뿌듯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현실과 타협하여 포기를 통해 제 2의 길을 찾고,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본인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면, 그걸 견뎌내고 뛰어넘었을 때 느끼는 쾌락은 포기를 통해서 얻는 편안함보다 수십 배는 더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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