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인간관계는 상실의 연속이다

by 글거북

스윙댄스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지만, 스윙댄스는 들어와서 살아남는 사람보다 사라지는 사람이 훨씬 많은 취미다. 사실 모든 취미가 다 그럴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연재하고 있는 나도 현 시점에서 스윙씬에서 사라진 사람이다. 나는 2016년에 춤을 시작해서 2021년까지는 빠에 나갔지만 2022년 기점으로 빠에 발걸음을 끊었다.


내가 빠에 발걸음을 끊은 이유를 간단히 언급하자면, 일단 첫째로 코로나 이슈가 가장 컸다. 마스크로 인한 불편함, 전염병으로 인한 비접촉 비대면 문화의 확산 등등 거창한 이유가 많지만, 아내의 직업이 가장 크게 발목을 잡았다.


나의 아내는 은행원이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대면 영업을 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리게 되면 치명적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 당시에는 확진자라는 이유로 모든 시민들에게 확진자의 동선을 하나하나 까는(?) 행위가 이루어지곤 했다.


그러다보니 은행 입장에서는 직원이 코로나에 확진되면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든 사람들에게 "OO은행 OO 지점에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세요" 라는 문자가 발송되었을 테니까.


은행에서는 코로나에 확진되면 인사고과에 감점이 있을 것이라는 엄포를 놓았다. 우리는 어쩔수 없이 유난히 가혹하게 코로나를 조심해야 했다.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취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래도 5년 가량 취미를 즐기다가 머글(스윙씬에서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을 "머글"이라 부른다)이 되었지만, 들어와서 1년을 넘기는 케이스도 사실 흔치는 않다. 이유는 다양하다. 연애를 하려고 시동걸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는 케이스도 있고, 더 좋은 취미를 찾아 떠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실력이 늘지 않아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케이스도 있다.


사실 지인들에게 취미를 소개할 때 쉬운 춤이다, 간단한 동작만 익히면 응용해서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대략 6개월이 넘어가는 점에서는 상당히 난이도가 올라간다. 이곳에 디테일하게 적을 수는 없지만 즐기기 위해 시작한 취미가 과업처럼 느껴지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이탈하기 마련이다.


솔직히 그야말로 미친듯이 춤을 추고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취미를 권유할때는 빠에 나오지 않는 형과 누나들이 야속했다. 나는 정말 너무 재밌고 매일매일 하고 싶은데, 그들은 흥미를 잃어갔고 점점 발걸음을 끊어갔다. 그들을 오래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도 났다. 한번쯤 나와서 같이 놀면 좋을텐데, 했다. 하지만 인연을 힘으로 붙잡을 수는 없다.


일주일에 최소 세번을 보고,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술을 마시고 꽃 구경을 같이 다니던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은 언제나 슬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간관계는 상실의 연속인 것을.


그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주말에 춤을 추지 않으면 무엇을 하지?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앞 글에서 이야기 했듯이 한창 빠져 있을 때는 강습, 특강 등을 포함하여 무려 12시간 춤을 춘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스윙씬 밖에도 여유로운 주말은 있다.


우리 부부는 각자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각자 할 일을 한다. 나는 보통 공부를 하고 아내는 늦잠을 잔다. 오후에는 같이 차를 몰고 근교 경치가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와 빵을 마시고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는다. 집에 돌아와서 밥을 차려 먹고 산책한다. 잔다. 그리고 우리는 최근에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


아내가 3월 중순쯤에 만삭촬영을 하고 나면 메이크업 받은 김에 빠에 놀러가자고 했다. 나의 주말이 곧 춤 그 자체일때, 일주일이 멀다하고 지긋지긋하게 보던 동기들에게 오랫만에 연락해봐야겠다. 같이 출빠하고 맥주나 한잔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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