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윙댄스를 그만두는 이유

춤을 추다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하여

by 글거북

스윙댄스를 시작 한지 햇수로 6년이 되었다. 하나의 취미를 이렇게 오래 한 적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제는 스윙댄스를 그만 하려고 한다. 6년 간 춤을 추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여자친구를 만났으며, 그 여자친구는 지금 아내가 되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직장 일이 너무 힘든 와중에 친구가 소개해준 취미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브런치 심사에 통과되어 나를 작가로 만들어준 글감도 바로 스윙댄스였다. 공유 수도 제일 많다. 참 신기하다.

https://brunch.co.kr/@taimiz11/7


사실 나는 같이 춤추는 사람들이나 춤을 권유하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항상 하곤 했다.


"몸만 있으면 즐길 수 있어요" / "평생 취미라고 생각을 해요" / "할아버지가 되어도 실버스윙을 즐길 거에요"


동호회 운영진은 아니었지만, 춤을 추는 6년 중 약 5년을 DJ로 활동하며 월 1~2회 댄서들을 위해 음악을 준비했다. 초급 단계이긴 하지만 강사 활동도 했다. 강사와 DJ를 한 이유도 "스윙과 관련된 활동은 하나도 빠짐없이 해보고 싶어서"였다. 정말 스윙댄스에 미쳐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윙댄스를 그만둔다"라는 선언도 사실 웃기다. 지금 하고 있는 DJ 활동만 아니었으면 그냥 자연스레 스윙 빠로 향하는 발걸음을 끊으며 잊혀졌을 것이다. 스윙댄스는 보통 한 기수에 강습생이 3~40명이 들어오면 1년 뒤에 살아남는 사람은 많으면 5명 정도이다. 애초에 지속하는 사람보다 초장에 그만두는 사람이 훨씬 많은 취미다. 2주 만에 안 나오는 사람, 1년 만에 안 나오는 사람, 3년 만에 안 나오는 사람. 그리고 나는 6년 만에 안 나오는 사람.


그래도 그만두는 시점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 등에 대해 기록하고 싶어서 썼다. 한창 춤을 출 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스윙 덕분에 사회 초년생 시기를 버텨냈고 평생을 함께 할 아내도 만났기 때문에 이건 내 인생을 바꿔 준 춤이다. 미약하게 나마 평생 춤을 추며 헌신하고 싶다."


그래서 DJ도 하고, 강사도 하고, 다단계(지인 권유)도 무려 13명이나 했었다. 망설이는 친구들에게는 술 한잔 산다고 생각하고 강습비를 내주면서 끌고 온 적도 있다. 지금 돌이켜보니까 진짜 진상이구나.


하지만 취미는 사명감으로 하는 게 아니라 즐거움으로 하는 거였다. 같은 춤이지만 사람이 느끼는 즐거움은 다를 것이다. 그냥 빠의 음악과 분위기가 좋은 사람, 춤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인간 관계가 좋은 사람, 대회에 나가 입상 하는 걸 목표로 훈련 하는게 좋은 사람 등등. 나는 "실력이 늘어나는 재미"가 가장 컸던 것 같다. 4~5년 차가 지나고 매번 새로운 춤이 아닌 정형화된 춤을 춘다고 생각하는 순간, 스스로 생각하는 실력이 어느 지점에서 턱 멈추는 게 느껴지면서 재미가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그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스윙 빠가 거의 초토화 되었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대면 영업(은행원)을 하는 아내 직업의 특성 상 같이 취미를 즐길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주말에 데이트처럼 아내와 같이 즐기던 재미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지니 급격하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 빠에 가야 할 이유를 못 찾기 시작했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기를 사서 새로운 취미를 찾았고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자연스레 스윙 빠는 어느 순간 그저 월 1~2회 DJ를 하러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곳이 되었다. 의무같이 느껴지는 순간 귀신같이 하기 싫어졌다. 진정으로 즐기지 못하고 DJ만 하다 보니 다른 DJ들의 음악을 듣지 못하게 되었고 춤이 정형화되듯 디제잉도 정형화되었다. 댄서들에게도 민폐인 것 같고 소중한 내 주말 시간에게도 몹쓸짓인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두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그간 수 많은 지터벅(초급자)들이 들어왔다가 그 중 대부분이 사람들이 사라지는데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한번도 생각 해본적 없다. 6년 만에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뭐 별 다를거 없이 잘 살아가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뭐 내가 스윙씬에서 죄 짓고 쫓겨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아내와 같이 빠에 갈 수 있을 정도로 시국이 안정된다면 적어도 분기나 반기에 한번은 옛 추억을 떠올리러 출빠를 하지 않을까 싶다.


**혹여나 해서 하는 말인데 스윙댄스는 좋은 취미이고 적극 권장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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