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아내가 항암치료를 중단한 후 강원도에 위치한 힐링센터에 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가 아프기 4년 전에 장모님이 양쪽 무릎의 류머티즘 관절염 때문에 일주일간 지낸 적이 있었다. 장모님은 이곳에 건강강의를 하는 아주 유명한 박사가 있다고 했다. 음식도 건강식이라 한번 방문해 보라고 했다. 그녀와 나는 호기심은 있어서 잠깐 방문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하지 않았는가. 장모님은 힐링센터에 가보기를 또다시 권유했다. 그녀와 나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특별한 대안이 없어서 장모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힐링센터는 규칙적인 생활을 강조했다. 아침 건강 체조, 채식 식사, 건강강의, 밤 9시 취침. 이런 규칙적인 생활은 군 생활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이곳에 도착한 날은 밤늦은 시간이라 이불을 펴고 취침하기에 바빴는데 자고 일어나니 창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창가로 다가가 밖을 보았다. 창밖에는 입소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센터 앞마당에서 나이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 신중년 남자의 구령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체조의 시범을 보이면서 구령을 외치고 있었다. 그가 입소자일지 아니면 진행요원과 같은 봉사자일지 궁금했다. 건물 밖은 기온이 상당히 낮아 추웠다. 나는 가져온 운동복 바지를 내복 위에 대충 껴입고, 그 위에 두꺼운 겨울 잠바를 걸치며 방에서 나와 센터의 앞마당으로 걸어갔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바람은 매섭게 불고 주변의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스산하게 서 있었다. 깜빡 잊고 귀마개를 집에서 챙겨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이곳이 인천보다 해발고도가 높아 기온이 더 낮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었다. 이곳은 강원도 오대산 초입에 위치해서 공기가 맑고 근처 개울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잔잔히 들렸다.
구령자는 앞마당 중앙에 위치해 있었는데, 나는 숙소에서 이동해 힐링센터 출입구에 가장 가까이에 섰다. 이곳에 온 구령자의 목소리와 움직이고 있는 옆 사람들을 힐끔힐끔 곁눈질하며 동작을 따라 했다. 구령자 동작을 따라 하는 입소자들의 동작이 좀 엉성했지만, 내 동작이 더 심하게 엉성했다. 체조하면서 고개를 들어 전방을 보니 무슨 글자가 보였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앞쪽의 힐링센터 건물 입구 위에 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그 간판에 적혀 있는 ‘뉴스타트’라는 여섯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뉴스타트?”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적막해 보이는 어두운 밤에 뉴스타트라는 간판에만 불이 들어와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 오전 7시가 넘었는데도 깜깜한 밤 같았다. 힐링센터를 장모님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인천에서 100km 속도로 자동차 페달을 밟아 어제 밤늦게 도착하여 하룻밤을 묵었다. 사실 반신반의하였다. 그녀가 이곳 힐링센터의 생활이 난치병인 암 치료에 어떤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