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는 닭가슴살이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튀기니까 인기 급상승

by 조혜미

한국은 예나 지금이나 워낙 치킨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단백질 섭취에 닭이 좋다는 사실이 워낙 유명하다. 언뜻 생각했을 때 수요가 없는 닭 부위가 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과거의 대만은 달랐다. 대만 사람들은 닭가슴살보다 닭다리살을 훨씬 더 좋아했다. 따라서 닭가슴살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저렴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유명 대만 음식이 바로 지파이(雞排)다. 지파이는 직역하자면 닭 스테이크이지만, 흔히 아는 튀긴 닭가슴살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지파이는 2000년대 혹은 2010년대 한국에서 대만 여행 열풍이 불기 시작할 때쯤 함께 유명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은 워낙 다른 대만 음식도 유명해진 게 많아 지파이의 열풍은 좀 시든 것 같지만, 한때는 대만 야시장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이러한 지파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파이는 1980년대 타이베이의 한 쥐안춘(眷村)에 위치한 정구마 샤오츠뎬(鄭姑媽小吃店)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참고로 가게 이름을 풀이하자면 정 씨 고모 간식 가게라는 의미다. 원래 이곳은 샌드위치와 햄버거 같은 서양식 아침 메뉴를 팔았다. 이후 손님과 지역 분위기에 맞춰 점차 중식 메뉴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정광룽(鄭光榮) 부부는 동네 학생들 및 이웃들이 저렴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다가 당시 인기가 없어 저렴한 닭가슴살에 주목했다. 그들은 여러 가지 한약재로 가슴살을 재운 뒤 튀겨내는 방식을 개발했다. 그 결과,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특별한 식감의 닭가슴살 튀김이 탄생했다. 초반에는 이 가게에서만 판매됐지만 점차 큰 인기를 얻어 대만 전역으로 지파이가 퍼져나갔다.


2006년, 대만의 정부 기관인 농업위원회(農委會)에서 대만 황금 지파이 카니발(台灣黃金雞排嘉年華)을 개최했다. 이때 유일한 닭고기 도매업체를 통해 최초로 대량의 닭가슴살을 구매한 업체를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정광룽 부부의 가게가 대만 지파이의 창시자임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2007~2009년에는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외식 소비가 감소했지만, 음식 장사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아 지파이 전문점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튀김류는 조리 실패가 적고 대중적인 맛을 내기 쉽기 때문이다.


이후 지파이는 대만의 서민 문화를 상징하는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닭튀김은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에 진입 장벽도 낮은 편이라 다른 메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외국인 여행객들에게까지 사랑받지 않았나 싶다. 바삭바삭한 납작한 모양으로 군침을 돌게 하는 이 지파이는 언제 먹어도 좋은 음식이니, 지파이를 파는 곳이 눈에 들어오면 가볍게 먹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