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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고 Mar 27. 2023

대치동 재벌엄마

'엄마'라는 위대한 이름으로..

얼마 전, 크롭 기장의 트위드 재킷, 와이드 팬츠 등으로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내며 대치동의 한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삼성가 이부진씨가 뉴스 지면을 크게 장식한 바 있다.

원래도 옷 잘입기로 소문난 이부진씨이건만, 평범한 엄마로서 등장한 그의 모습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미 대치동 학원가에선 그 아들이 유명했던 터였고, 나도 알음알음 소식을 접했었다. 말들이 많은 동네인지라 늘상 대화의 소재 거리에 그녀가 오르다 보니, 꼭 내가 알고 있는 사람처럼 친근하기도 하다.


나도 건너 들은 탓에,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겠으나 대부분 말을 전하는 이들은 이부진씨 아들 임모군과 같은 학교나 학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엄마들이기 때문에 뜬 소문 같은 말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번 졸업식에서 보여준 임모군의 엄마에 대한 다정한 포즈나 행태를 보면 사뭇 여타 사춘기 이 지역 학생들과는 달랐다. 이러한 면모들로 인해 어느 정도 나돌고 있는 썰들에 신뢰를 더해 주기도 했다. 어떤 엄마는 임모군의 성적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엄마를 생각하는 그 성품이 부럽다며 엄마 이부진씨를 가드해 주는 그 행동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만큼 이 지역의 아이들은 공부로 받은 스트레스에 예민함이 더해져 이를 엄마가 받아줘야하는 또다른 ‘엄마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부진씨의 아들 임모군은 현재 일명 ‘대치동 탑 3학원‘에서 ’명예의 전당‘이라 불리는 1등을 몇 차례 한 바 있는 우등생이다. 수학과 물리를 꽤나 잘한다고 한다. 또한 친구들이 인정하는 좋은 인성을 지닌 학생으로 가정환경까지 받쳐주니 일명 엄친아라 할 수 있겠다. 대치동의 한 중학교에서 전교 2등으로 졸업했으며, 전국에서 의대를 가장 많이 보낸다는 대치동 유명 자사고로 진학했으니,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잘 자라준다면 과히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재벌이라 하면,  워낙 선택지가 많을 테고, 그 중에 가장 쉬운 방법이 해외에서 정해진 루트를 밟아 그들만의 리그에서 성장하여 가업을 이어 받는 것이 통례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서 정공법을 선택했다. 이부진씨가 택한 한국 교육에서의 정공법은 되레 나같은 소시민에게 좀 더 큰 자극이 되었다. 편히 갈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그것도 이 곳, 대치동 정글에서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사실 난, 왠만하면 한국 교육이라는 이 어마무시한 환경을 벗어나 내 아이의 학창시절이 좀더 풍요롭고 윤택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 고생길 접어두고 꽃길만 걷게 하고 싶어 항상 다른 루트를 염탐하는 엄마였다.

지금은 여건이 되질 않아 쉽게 뜨지 못하고 있지만, 아이를 위한 길이라면 순간순간 미련없이 이 곳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건너가겠다는 여지를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큰 아이의 교육을 봐서도 그랬고, 고생한다고 해서 뚜렷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이 곳에 굳이 미련을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부진씨가 보여준, 그리고 그 아들이 정면 승부하고 있는 한국 입시에 대한 태도는 나같이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에게 나름 자극이 되어 주고 있음에 틀림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부진씨의 한국 교육관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많긴 하다.

자격지심메서 나오는 부정적인 의견을 배제하고서라도 나는 그녀의 교육관과 지금 현재 행하고 있는 엄마로서의 태도에 응원을 하고 싶다.



임모군이 잘 성장해 준 것도,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이 되어 준 것도, 바로 엄마 이부진이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대치동의 주요 학원 설명회에 참석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강사들의 인증 샷으로 말이 돌기도 했었지만, 직접 가서 본 엄마들의 말에 의하면 교육에 진심인 여느 엄마랑 다름이 없어 더 친근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렇게 자식 교육에 일념을 다해 열심히 키우며 자신의 사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다 해내고 있으니,  아이 역시 엄마를 보며 잘 크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그러더라.

저렇게 어렵다는 대치동 탑 3학원에서 잘 하는 이유는 분명 엄청난 돈을 들여 고액 과외를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저렇게 학원을 많이 다니면서 개인 과외까지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확보 될 수 있을런지 미지수다. 듣기론 수학 한과목만도 2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데, 주 수업 2회씩으로 카운트 해보면 언제 과외를 받고 또 언제 혼자만의 공부시간을 만들 수 있겠는가. 또한 잘나가는 학원 강사에게 큰 돈 들여 과외시키면 될 것을 왜 이중 삼중으로 공부시킬까 싶기도 하다. 이제는 고액  과외선생 부르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시스템이 최고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 테다.



한국 입시에 잘 적응할 수 있고, 공부도 최상위권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굳이 엄마와 떨어져 해외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이유가 없다. 내 큰 아이의 경우만 보더라도 해외에서 아빠가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애썼지만, 결국 엄마와 떨어져 있던 그 청소년기에 잦은 질병과 심리적 불안감을 갖고 살 수 밖에 없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현재 한국이라는 이 사회는 치열한 경쟁을 통한 헝그리 정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제아무리 재벌일지라도 한국에서 회사를 경영하려면 한국의 경쟁사회 안에서 치열함도 맛보고, 어려움도 맛봐야 훗날 그 왕관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을 거라는 현명한 엄마 이부진씨의 치밀한 계산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엄마'라는 이름은 실로 위대하다.

돈많은 재벌 엄마 이부진씨 또한 '엄마'라는 이름 앞에 겸손해 지고 평범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둘째야!! 우리도 이제 맘 좀 먹고, 제대로 한 번 이 곳에서 붙어보자! 응??



아이와 함께 독려해 보는 저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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