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교육'에 대한 고찰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다. 큰 아이는 올 해 대학생이 되었고, 작은 아이는 이제 초등 고학년.
터울이 꽤나 지는 편이다.
남편의 세차례 주재원 발령으로 베이징, 캘거리, 휴스턴, 상해를 이동하며 큰 아이는 본의 아니게 해외 교육의 기회를 접하는 운을 잡았고, 아이는 좋은 교육을 받고 기특하게도 잘 성장해 주었다.
한 때는 회사의 휴직을 얻어내지 못해 가족이 떨어져 살기도 했었다.
남편과 큰 아이는 상해에, 그리고 나와 막둥이 딸은 서울에 지냈더랬다. 그것도 큰 아이 사춘기 중학교 시기에.
그 당시 사춘기로 예민해져 있던 큰 아이는 나와 떨어져 있던 그 해외에서도 게임에 빠져 한참을 방황했었다. 회사가 뭐라고 다 놓아버리고 작은 딸과 함께 상해로 뜰 생각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를 놓아버리기엔 내게, 우리 가족에게 주어지는 기득권이 너무 컸기 때문에 쉽사리 용기를 내지는 못했었다.
큰 아이가 마음을 잘 잡아주기를 기도하며 또 기도하는 것 밖에는 내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남편의 교육방식은 나와 참 달랐다.
아마도 내 눈앞에 큰 아이가 있었다면, 답이 없는 전투극을 하며 극단으로 치닫는 나날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방 안에 쳐박혀서 게임만 하는 아이를 어느 엄마가 가만 놔둘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남편은 지켜보기만 했었다. 단지 하는 일이라곤 퇴근해서 저녁식사 한 끼를 한식으로 정성껏 만들어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고 한다.
이후에 큰 아이가 스탠포드대 입시에 제출할 에세이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자신은 그 저녁 식사시간 대화를 통해 마음껏 세상을 구경하고 날아다니며 생각을 넓힐 수 있었다고 했다.
하루는 축구 선수, 하루는 코딩 전문가, 다른 날은 자신의 롤모델이 된 스티브잡스가 된 것처럼…
남편은 해박한 점이 장점이다. 아이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줬고, 아이는 대화를 통해 자신이 뭘 원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뭐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지 마음껏 스스로 말하며 생각을 키워갔던 것 같다.
절대 ‘나’라는 조급하고 얕은 사람이 할 수 없었던 일을 남편이 해 주었던 것이었다.
큰 아이는 조금씩 스스로 변화 되어 갔고, 신기하게도 9학년 말부터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며 부족한 부분은 ‘인강’과 ‘학원’을 보내달라 했다. 드디어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큼 아이는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하나하나 이뤄내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내가 잠 좀 자라는 말을 할 정도로 늦은 밤까지 공부에 몰입했다.
결국 아이는 SAT(미국수학능력평가) 1570점(1600점 만점), AP 11개 모두 5점(만점), 10,11,12학년 GPA(내신점수) 만점의 학교 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며 완벽한 점수를 그려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대화의 힘을 대단히 믿는다.
대화를 통해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에 우린 크게 통감한다.
본인이 하고 싶다던 Computer Science에 도전하게 되었고, 컴퓨터 사이언스로 전세계 랭킹 4위에 들어가는 싱가폴 국립대학에 무난히 입학했다.
큰 아이는 본인이 뭘 원하는지 안다. 뭘 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에게 의미있는 삶인지를 말이다.
나이 반 백이 되어가는 나도 내가 진정 원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삶을 살아왔는데, 그래서 아직도 헤메고 하루하루 조급하게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는 나에 비하면 아이가 그리 잘 커 준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다.
고맙게도 큰 아이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엄마의 빈자리를 아빠가 그 이상으로 채워줬고, 그래서 더할나위 없이 잘 성장해 준 큰 아이가 참 자랑스러울 뿐이다.
사교육과 주입식교육으로 찌든 현재의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책 한권 여유롭게 읽히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조차 '사치'로 치부해 버릴 수 밖에 업는 현실.
매우 안타깝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교육인지,,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의 교육이 진정 우리 아이들 세대에 맞는 살아 남을 수 있는 올바른 방식인지는 우리 부모들이 먼저 진지하게 고찰해 봐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이전에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적, 나름 많은 육아서들을 읽어봤지만,
그 육아서들이 모두 강조하고 있는 독서와 대화, 그리고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읽으며, 피부에 와닿지 못하는 뜬구름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했었다.
허나, 바로 내 아이가 직접 겪은 '성장 체험' 아니겠는가.
그래서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교육관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그 교육의 근간을 믿고 나와 아이를 믿고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대다수의 무리와 다른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나 역시 작은 아이를 이 곳 대치라는 교육의 정글에서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쉽사리 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부터라도 저녁식사 시간에 아이의 말에 귀기울여주며 대화를 통한 아이의 세계관을 넓혀주는 여유를 꾸준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